[미-중 군용기 충돌]'제2푸에블로호 사건' 되나

  • 입력 2001년 4월 2일 18시 40분


미국은 중국과 외교 관계가 줄곧 나빠지고 있는 터에 발생한 이번 사고가 자칫 ‘제2의 푸에블로호 사건’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푸에블로호 사건은 68년 1월 북한이 미국의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를 원산 앞바다에서 영해 침범을 내세워 강제 예인한 사건. 북한은 그해 12월 승무원 83명은 석방했으나 함정 송환은 거부했다.

치명적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중국군과 미군 공군기간 공중 신경전은 10여년 사이에만 7, 8차례 있었다.

지난해 4월27일 중국 대륙 동남부 수십㎞ 상공에서 미국 정찰기 RC145 1대와 중국의 F8 전투기 2대가 30여분간 대치한 적이 있었으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96년 8월1일에는 황해상에서 미국 니미츠 항모 소속의 F14 전투기 2대와 중국군 수호이 27기 2대가 1시간동안 대치했다. 전투기끼리 아슬아슬하게 위협비행을 해 일촉즉발의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당시 미국은 니미츠 항모를 대만 해협으로 이동하는 문제를 검토했다.

94년 8월22일에는 미국의 A3 대잠수함 공격기가 남중국 해상에 나타나자 중국군 F8 전투기 2대가 즉각 출격한 일도 있었다.

중국은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유엔 인권위에서의 인권문제 거론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 문제 △미 의회의 베이징 올림픽 유치 반대 결의안 채택 △미 무역장벽보고서의 중국 무역관행 비판 △대만의 외교적 승인과 유엔 가입 등의 문제로 줄곧 수세에 몰려왔다. 이 때문에 중국이 자국 영토에 미국 정찰기가 비상착륙한 이번 사건을 외교적으로 이용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렇게 되면 이번 사태는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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