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인터넷 세계표준 선점"…내년 차세대 서비스 실험

  • 입력 2000년 12월 27일 18시 37분


‘5년 이내 인터넷 대국’을 꿈꾸는 일본이 인터넷 보급과 차세대 인터넷 표준 선점을 위해 내닫기 시작했다.

일본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지만 인터넷 보급률은 21%(2월말 기준)로 세계 13위에 머물고 있다. 미국의 인터넷 보급률 39.4%에 비하면 절반 수준.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내년중 정보기술(IT)분야에 6000억엔(약 6조원)의 예산을 배정하는 등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한편 인터넷 박람회와 새로운 방식의 인터넷 주소 표기형식에 관한 세계 표준을 만들기 위한 대규모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일본은 인터넷 이용 활성화를 위해 31일부터 1년간 인터넷상에서 박람회를 개최한다. 이 인터넷박람회(http://www.inpaku.go.jp)는 일본 국민은 물론 세계인이 인터넷을 통해 참가할 수 있다. 일본 총리 자문기구인 새천년 기념행사 간담회(좌장 오쿠다 히로시·奧田碩 도요타자동차회장)가 주관한다.

이 박람회에는 일본의 46개 광역자치단체를 비롯, 민간기업 비영리법인(NPO) 등 200여개 단체가 참가한다. 참가단체는 인터넷 상에 다양한 주제의 홈페이지를 띄우고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다양한 행사를 벌인다. 홈페이지는 1년간 운영되며 세계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관련정보를 계속 축적한다는 계획.

일본 정부측은 인터넷 박람회를 통해 일본 국민이 인터넷에 익숙해지면 IT혁명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는 TV광고에 출연해 인터넷을 즐기며 “참 재미있습니다. 여러분도 참가하십시오”라며 인터넷 박람회 참여와 관람을 권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인터넷 박람회와 함께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내년 봄 민간기업과 공동으로 실시할 차세대 인터넷 통신수단인 ‘IPv6’ 서비스의 대규모 실험이다.

IPv6는 현재 사용중인 인터넷 버전인 IPv4(인터넷 상의 주소 표시가 숫자 12자리로 되어있음)의 후속 버전으로 총 32자리까지 표시할 수 있어 인터넷에서 부여할 수 있는 주소 수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우정성과 소니 NEC 인터넷 접속업자 등 30여개 참가업체는 IPv6 서비스 실험을 통해 100여만명 소비자에게 디지털 가전제품을 인터넷에 연결, 외부에서 조작하도록 할 계획이다.

TV 냉장고 에어컨 등 개별 제품에 하나하나 인터넷 주소를 배당, 인터넷에 연결해놓고 외부에서 휴대전화나 컴퓨터로 작동을 지시하는 것이다. 냉장고 안에 특정 식료품이 떨어지면 자동예약프로그램에 따라 인터넷을 통해 상품 주문이 이뤄지도록 하는 등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실험하게 된다. 이 실험이 끝나면 인터넷을 통한 ‘홈 오토메이션’이 크게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총리자문기구인 IT전략회의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같은 IPv6 서비스 실험에 착수한 것은 구미에 앞서 IPv4에서 IPv6로 조기에 이행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

또 IPv6형식을 전면 도입할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보다 일찍 찾아내 해결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세계 표준을 획득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번 실험을 통해 IPv4 형식으로 된 일본의 인터넷 주소 3000만개 중 200만개가 새로운 IPv6 형식으로 바뀌게 될 전망이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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