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최고책임자 첫 공개 연설

  • 입력 2000년 12월 22일 23시 07분


베일에 가려진 이스라엘의 전설적인 정보기관 모사드(Mossad)의 최고책임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에프라임 할레비 모사드 국장은 최근 이스라엘의 헤르츨리야에서 열린 한 심포지엄에서 이례적으로 공개 연설했다.

모사드 국장이 공개석상에서 연설한 것은 이번이 처음. 모사드 최고 책임자의 실명이 공개된 것도 사상 두 번째인 만큼 그의 이날 연설은 ‘일대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최근까지 모사드 최고 책임자의 실명과 사진 공개가 군 검열당국에 의해 금지됐었다. 할레비 국장도 정부 문서 등에 ‘알레프’라는 암호명으로 표기됐었다.

그런 그가 학자와 정부 관리는 물론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중동평화와 모사드의 역할 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앞으로 이스라엘이 직면하게 될 위협은 국경선이나 영토에 관련된 것이 아니다”고 말해 에후드 바라크 총리가 추진하고 있는 ‘영토와 평화의 교환 정책’을 옹호하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할레비 국장은 이어 모사드의 역할 축소 논의 및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이스라엘의 안보를 담당하는 모사드를 둘러싼 논란이나 비난은 시오니즘과 안보의 연결고리를 약화시킬 뿐”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이민자 출신인 할레비 국장은 유럽연합(EU)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지냈고 요르단과의 평화협상에서 막후 중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히브리어로 ‘기관’이란 뜻을 가진 모사드는 60년대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을 아르헨티나에서 체포하고 시리아의 군사 기밀자료를 송두리째 빼내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70년 대에는 뮌헨 올림픽에서 테러를 저질렀던 ‘검은 9월단’의 용의자 12명을 사살, 세계 최고의 정보기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잇따른 작전실패 등으로 위상이 흔들리고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할레비 국장의 공개 연설도 침체된 모사드의 변화 움직임을 반영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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