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벼랑끝 위기…내각 불신임 표결찬성 가능성 커

  • 입력 2000년 11월 14일 18시 38분


일본의 모리 요시로(森喜朗) 총리 내각이 벼랑 끝에 섰다. 집권 자민당의 제2파벌인 가토(加藤·중의원 45명)파의 리더로 차기 총리감으로 지목돼온 가토 고이치(加藤紘一)전간사장이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가토 전간사장은 이달 말 야당이 제출할 내각불신임안 표결시 불참하거나 찬성표를 던져 모리 내각을 붕괴시킬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기〓가토 전간사장은 10일 “국민의 75%가 반대하는 정권을 지지할 수는 없다”며 모리 총리의 퇴진을 요구했다. 당초 불신임안 표결에 불참할 뜻을 밝혔으나 적극적으로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도 커졌다. 야마사키 다쿠(山崎拓)전 정조회장이 이끄는 야마사키파(19명)도 반기를 든 가토파에 가담했다. 이는 내달 5일 전면개각을 통해 장기집권을 꾀하려는 모리 총리와 주류파에 대한 도전이다.

당내 최대 파벌인 하시모토(橋本·60명)파와 모리파(39명), 에토 가메이(江藤龜井·36명)파 등 주류 5파는 계속 모리 총리를 지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주류파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모리 총리는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자 그동안 당내 반발세력에 대해 강경하게 대했던 자세를 누그러뜨리고 “누구와도 만나 얘기하겠다”고 물러섰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대표는 “가토 전간사장이 탈당해 야당과 손을 잡으면 가토 전간사장을 총리로 옹립할 수도 있다”며 자민당의 분열을 유도하고 있다.

▽불신임안 가결될까〓내각불신임안은 중의원 본회의 참석자의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된다. 현재 480명의 중의원 중 자민 공명 보수당의 3당 연립 소속은 272명. 야당은 190명이며 무소속과 중립파벌이 18명이다. 현 구도로는 가결될 가능성이 적다. 그러나 여당내 가토파와 야마사키파가 표결에 불참하고 자민당내 계보가 없는 일부 의원과 무소속 의원이 찬성하면 가결될 수 있다. 가토파와 야마사키파 소속 의원 중 일부가 찬성하면 불신임안이 가결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정국전망〓내각불신임안이 가결되면 중의원은 해산되고 선거를 치러야 한다. 당연히 모리 내각은 붕괴된다. 선거결과와 파벌간 역학 관계에 따라 새 총리가 탄생한다. 부결되면 반기를 든 가토 전간사장의 당내 입지는 좁아져 탈당 후 야당과 손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이는 대규모 정계개편을 의미한다. 내각불신임안이 부결된 뒤에도 가토 전간사장이 자민당을 탈당하지 않으면 당내의 파벌간 알력이 몹시 심각해질 것이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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