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라디오방송은 비행기를 납치한 세 명의 범인이 목적지로 이스라엘을 지목했으며 비행기가 이스라엘에 도착하자 이들은 무기를 버리고 즉시 비행기를 떠났다고 전했다.
그러나 주이스라엘 러시아 대사 미하일 보그다노프는 “납치범 1명이 이스라엘 당국에 투항했다”고 말했다. 현재 범인이 몇 명인지, 요구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납치범은 2∼5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비행기 안에 인질과 납치범의 일부가 남아 있는지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회담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향하던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는 피랍 비행기가 이스라엘로 향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영국 런던 부근에서 급거 회항했다.
11일 밤 체첸 인근의 이슬람 공화국 다게스탄의 수도 마하치칼라를 이륙해 러시아의 모스크바로 향하던 TU154기가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무장괴한에 납치됐다.
비행기에는 압두사마드 하미도프 다게스탄 재무장관을 비롯해 승객 48명이 타고 있으며 러시아국가보안부(FSB)소속 요원 10명도 탑승했다고 이타르타스통신이 전했다.
납치범들은 아제르바이잔 공화국의 수도 바쿠에 기착해 기름을 보충한 다음 조종사를 위협해 이스라엘로 향했다. 조종사는 이스라엘 관제탑과의 대화에서 “폭탄을 든 사람이 조종석에 들어와 있으며 일당이 몇 명인지는 알 수 없다”면서 텔아비브 벤구리온공항에 기착하도록 허용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스라엘측은 당초 벤구리온 공항에 착륙허가를 내주지 않았으나 비행기 연료가 1시간 정도의 여분밖에 없는 데다 착륙을 거부당하면 비행기를 폭파하겠다는 납치범의 위협에 굴복해 공군기지 착륙을 허용했다.
〈윤양섭기자·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laila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