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법정서 판가름 나나…투표용지 위법 명백

  • 입력 2000년 11월 10일 19시 05분


미국은 물론 세계를 혼란으로 몰아넣은 미국 대선의 플로리다주 선거논란은 결국 법정으로 넘겨질 공산이 크다. 8일부터 시작된 플로리다주의 재검표가 끝난 상태이지만 문제가 가장 심각한 팜비치카운티 일부 유권자 등은 재검표 결과와 관계없이 재투표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민주당측도 “재검표와 관계없이 투표결과에 대한 판단을 법원의 판결에 맡기자”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팜비치카운티의 투표지에서 명백한 법 위반 사실이 발견돼 법적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플로리다 주법에 따르면 투표 용지의 후보자 이름은 수직으로 배열돼야 하고 천공 방식의 기표란은 후보이름의 오른쪽에 배치돼야 한다. 그런데 팜비치카운티의 투표지는 후보이름이 좌우로 배열된 데다 일부 후보의 경우 이름의 왼쪽에 구멍을 뚫도록 돼 있어 혼란을 야기시켰다.

팜비치카운티 유권자들은 연방법원과 주법원에 소송을 냈으나 연방법원에 소송을 낸 유권자들의 변호인은 연방법원에 낸 소송을 취하하고 이를 주법원으로 돌려 힘을 집중할 것이라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결국 공은 플로리다 주법원에 넘겨진 셈이다.

문제는 영미법 체계인 플로리다 주법에 선거부정과 관련해 판사가 내릴 수 있는 판결의 내용이나 범위가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지 않다는 것. 전 플로리다주 하원의장인 잔 밀스 플로리다 법과대학장은 “주법은 단순히 판사가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만 돼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투표와 수작업 재검표 등을 선택 가능한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미국 전역에 대한 전면 재선거를 결정하는 것도 법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엄청난 파장 때문에 선택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재투표의 경우 플로리다주 유권자 전원이 다시 투표해야 하는지, 1차 투표에 참여한 사람만 다시 투표해야 하는지가 관건이다. 재투표를 요구하는 소송을 낸 팜비치카운티 유권자 중에는 유권자 전원의 재투표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법리적으로는 1차 투표에 참여한 사람만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렇다 해도 1차 투표자 모두 다시 투표한다는 보장도 없고 1차 투표자들이 2차 때는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때문에 현재로선 수작업을 통한 재검표 판결이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해결책이란 게 대다수 법률 전문가의 견해다. 투표용지의 천공이 명확치 않아 집계기가 읽어내지 못한 투표지도 수작업으로 하면 판독 가능한 경우가 늘어 유효표 시비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경우도 투표용지의 혼란 때문에 기표를 두 번해 무효 처리된 표를 되살릴 수는 없다. 플로리다주 판사들이 어떤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할지 궁금하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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