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왜 일본인들은 스모에…' 日대중문화 훔쳐보기

  • 입력 2000년 11월 3일 18시 39분


□'왜 일본인들은 스모에 열광하는가'/ 돌로레스 마르티네즈 외 지음/ 김희정 옮김/ 288쪽/ 9000원/ 바다출판사

‘초신성 플래시맨’ ‘초괴수 5형제’ ‘다이나맨’…. 일본 어린이들을 흥분시킨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이다. 여럿이 힘을 합쳐 악당을 물리친다. 그런데 하나 예외없이 ‘5인조’다. 지도자는 모두 빨간 옷을 입고 있었다. 이유가 뭘까.

다섯이란 하나의 지도자와 복수(複數)의 중간계급, 복수의 하위계급이 팀을 이루는 최소단위다. 조직과 질서, 위계를 중시하는 일본인의 정서에 꼭 맞는다. 빨간 색은 전통적으로 ‘성지’와 마력을 상징하는 색깔이며 ‘피’의 완화된 이미지이기도 하다.

책의 부제는 ‘문화인류학으로 본 일본 대중문화의 10가지 코드’다. 스포츠 만화 드라마 경마 등의 대중문화적 아이콘을 통해 일본인의 심성을 들여다본다. “근대 민족국가의 정체성은 더 이상 종교적 모델이나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에 의존하지 않는다. 그것은 ‘민족 상상공동체’에 기반을 두며, 그것은 바로 대중문화에 다름아니다”라는 주장이다.

일본에서 흘러들어왔기에 우리로서도 외면할 수 없는 두가지. 왜 가라오케가 유행인가? 가라오케는 노래 끝내고 안도감을 갖게 하는 ‘고행’이다. 고행을 끝내면 다른 사람들이 박수 등 감정적 지원을 하게 되며 이것이 조직에 동화되게 만든다. 결국 ‘귀속성+스타의식’의 독특한 결합이 가라오케의 인기를 낳았다는 것.

왜 일본 여성잡지는 ‘슈퍼모델의 비결을 훔쳐라’라는 등 명령조 문장을 즐겨 사용할까? 가전제품 설명서에도 ‘∼해서 조립합니다’라며 명령문을 피하는 나라에서? 책은 ‘여성들이 문화와 소비에서 지배적인 질서의 동의를 얻어내려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자기만의 방식을 찾기 보다는 주류에서 벗어나지 않기를 중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집필에는 유럽 미국 등 다양한 지역의 필자가 동원됐다. 10명 중 3명만이 일본인.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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