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이번엔 ‘총상 CNN기자 치료’ 대립

  • 입력 2000년 11월 2일 19시 38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총격 현장을 취재하던 중 총에 맞은 CNN 기자 벤 웨드만(41)의 치료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 맡겠다고 나서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웨드만 기자는 지난달 31일 4명의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숨진 가자지구의 카르니 교차로에서 다른 기자들과 함께 아슬아슬한 취재를 하던 중 관통상을 당했다. 그의 방탄 조끼 등쪽 아랫부분을 뚫고 들어온 총알이 옆구리로 빠져나간 것. 그러나 치명상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길바닥에 쓰러져 휴대전화로 동료에게 구조를 요청했으나 어느결엔가 팔레스타인 앰뷸런스가 쏜살같이 달려와 그를 인근 병원으로 실어 날랐다.

팔레스타인 공보부가 병원으로 커다란 위로 꽃다발을 보낸 데 이어 야세르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이 직접 병문안에 나섰다.

그러나 이스라엘 군도 곧바로 카르니 교차로로 앰뷸런스를 보내 그의 치료를 맡겠다고 했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측에서 웨드만 기자를 검진, 응급 처치하고 나면 자신들이 완쾌까지 치료를 맡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측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나오는 이유는 9월말 12세 팔레스타인 소년 라미의 사망 이후 서방 언론의 시각이 팔레스타인측에 동정적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특히 CNN 카이로 지국장인 웨드만은 분쟁 현장 취재차 예루살렘 쪽으로 건너온 후 팔레스타인 소년들의 장례식 현장 취재 등을 통해 ‘약자들의 노여움’을 생생하게 전해 왔던 이여서 이스라엘측으로선 소홀히 대할 수 없는 처지다. 또한 웨드만이 자신들의 총격으로 쓰러졌다고 밝혀질 경우 또 한번 비난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장 주변에서는 당시 이스라엘군측의 총격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말하고 있으나 웨드만은 어느 쪽에서 총알이 날아왔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9월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이 시작된 후 그를 포함해 모두 6명의 언론인이 부상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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