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스팽 "나도 부드러운 남자"

  • 입력 2000년 10월 22일 18시 46분


“마르틴(마르틴 오브리 전 고용연대장관)은 정말 뛰어난 여성입니다.”

“로랑(로랑 파비우스 경제재무장관)은 세금인하정책을 과감하게 밀고 나가고 있어요.”

“도미니크(공화국연합의 불법 정치자금 조성 스캔들에 간접 연루된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전 경제재무장관)는 어리석은 실수를 저질렀어요.”

프랑스의 리오넬 조스팽 총리는 19일 TF1―TV의 오후 8시 뉴스에 출연해 45분간 앵커 파트릭 프와브르 다르보와 대담을 나누면서 작지만 혁명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자신이 이끄는 좌파연립정권의 전현직 장관들을 거론할 때 가까운 친구라도 되는 듯 이름을 부른 것.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과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서로를 ‘빌’과 ‘토니’로 부르거나 클린턴이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을 ‘매들린’이라고 부르는 등 다른 영미 지도자들은 서로 이름을 부르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보수적인 프랑스 사회는 아직도 법도와 의례를 중시하는 터라 공식적인 자리에서 각료의 이름을 스스럼없이 부른 총리의 파격은 즉시 화제가 됐다.

조스팽 총리의 변신에 대해 프랑스에서는 즉각 온갖 추측이 나돌았다. 정가에서는 조스팽 총리가 9월 유가 인상 항의시위 이후 추락한 인기를 끌어올리고 대통령선거를 1년반 남겨놓은 상태에서 유권자들에게 친밀감을 심어주기 위해 내놓은 고도의 이미지 캠페인으로 보고 있다. 엄격하고 딱딱한 인상을 풍기는 조스팽 총리가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켜 자크 시라크 대통령에 비해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려는 전략이라는 풀이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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