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소니에 “한수 밀렸다”…'손정의 신화'는 끝나려나

  • 입력 2000년 10월 20일 19시 00분


한국계 일본인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소프트방크 사장이 주도하는 일본의 새로운 벤처기업주식시장 나스닥저팬이 유망 벤처기업 상장유치를 놓고 벌인 대결에서 경쟁사인 마더즈에 지는 쓰라린 경험을 했다.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는 일본의 통신위성방송회사 스카이퍼펙커뮤니케이션은 20일 양대 벤처주식시장 중 마더즈를 선택해 상장했다.

출범 이후 증시침체로 고전하고 있는 나스닥저팬은 올해 벤처기업 상장 최대 유망기업 스카이퍼펙을 빼앗김으로써 일본 벤처시장의 주도권을 위협받게 됐다.

▽최대유망기업 스카이퍼펙〓스카이퍼펙은 94년 설립된 다채널방송서비스회사로 98년부터 통신위성을 이용해 유료방송을 시작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현재 영상채널수 174개, 음성채널수 106개로 세계 최대채널수를 자랑한다. 9월말 등록회원이 236만명을 넘어섰다.

2002년 한국과 일본이 공동주최하는 월드컵축구대회의 64개 전경기의 일본 내 통신위성 독점방송권을 따내 세계적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공중파방송이 아닌 유료방송이 세계적인 스포츠경기 방송권을 따낸 것은 이번이 처음.

20일 액면가 5만엔짜리 주식을 32만엔에 거래를 시작한 스카이퍼펙은 전체주식수가 223만7113주, 시가총액으로 7159억엔(약 7조4000억원)에 이른다. 올들어 상장된 벤처기업 중 시가총액기준으로 최대규모다.

▽‘반(反)소프트방크’ 진영의 견제〓소프트방크는 당초 이 회사의 유망성을 확신하고 지분 9.8%를 출자했고 소프트방크가 주도하는 나스닥저팬은 지분관계를 토대로 꾸준히 스카이퍼펙의 나스닥저팬 상장을 유치해왔다.

그러나 소니 후지TV 이토추상사가 소프트방크와 같은 지분의 대주주로 참여하고 마쓰시타전기 미쓰이물산 등 대기업의 공동출자가 걸림돌이 됐다. 특히 소니 등 ‘반소프트방크’ 진영은 스카이퍼펙 지분확대를 추진하며 나스닥저팬에 상장되는 것을 강하게 견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주가폭락으로 자금유동성이 악화되면서 소프트방크는 스카이퍼펙의 지분을 정리해 현금화해야 하는 입장에 처했다. 소프트방크는 결국 상장 첫날 지분 중 상당부분을 팔겠다고 내놓았다.

▽나스닥저팬―마더즈의 치열한 경쟁〓6월19일 출범한 나스닥저팬은 출범초기부터 지난해 11월 개설한 마더즈와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 오사카증권거래소에 개설한 나스닥저팬은 소프트방크연합을 배경으로 전국 벤처준비자들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끌어온 반면 도쿄증권거래소에서 문을 연 마더즈는 주로 전통적인 대기업들의 지원을 받아왔다.

전체 상장업체수로 보면 아직은 나스닥저팬이 마더즈를 앞서고 있는 상황. 나스닥저팬은 출범 4개월 동안 삼보컴퓨터의 일본현지법인인 소텍을 비롯, 기가스 모닝스타 등 유망벤처기업을 중심으로 30개 업체가 상장됐고 마더즈는 상장업체가 20개에 불과하다.

▽‘손정의 신화’는 끝나려나〓나스닥저팬은 손사장의 ‘인터넷 왕국’을 완성하는 마지막 단계. 수백개의 자회사를 통해 벤처기업을 낳고(투자) 키워(융자) 어느 정도 성장하면 나스닥저팬에 상장시켜 투자자금을 회수한다는 거대한 구상이었다.

그러나 소프트방크 자체가 주가하락으로 현금흐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가 소프트방크의 일부 계열사가 나스닥저팬 상장을 꺼리면서 손사장의 구상은 시련에 부닥쳤다. 소프트방크의 주가는 2월15일 19만8000엔(그 후 3분의1로 액면분할)으로 최고치에 달했으나 그 후 폭락을 거듭해 20일에는 9분의 1 수준(액면분할 감안)인 7750엔 안팎에 거래됐다. 이에 따라 한때 최고의 인터넷 재벌로 꼽혔던 손사장은 최근 발표된 세계 갑부명단에서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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