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녹색당출신 '여성 5인방' 맹위

  • 입력 2000년 10월 17일 18시 36분


독일 정가에 녹색당 출신 여성 파워가 거세게 일고 있다. 과학적 연구에 기반한 소신과 정책입안으로 정부 안팎에서 설득력과 추진력을 획득해가고 있는 이들 여성 ‘5인방’의 개인기에 힘입어 98년 10월 출범 이래쪼그라든연정 내 녹색당의 입지도 활기를 띠고 있다.

이들 중 주장(主將) 격이라 할 안드레아 피셔 보건부 장관(40)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정권의 최대 현안인 의료보험법을 개혁한 여걸. 운전사 출신인 요슈카 피셔 외무장관과 함께 재야시절 환경운동을 주도해 이른바 ‘피셔(어부)시대’를 열기도 했던 그는 ‘국민경제학’을 전공한 의료와 연금분야의 전문가.

의료보험법과 연금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정부개혁작업의 선봉장을 맡고 있는 피셔 장관은 ‘정치는 현실’이라는 소신으로 기회 있을 때마다 “밀실이 아닌 밝은 곳에서 녹색당과 여성의 주장을 당당히 밝혀 국민에게 심판 받아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여소야대의 하원에서 ‘홍일점’으로 활약하고 있는 크리스틴 하이네 원내총무(48)도 주목받는 여성 정치인의 한사람. 간호보조사에서 출발해 집권여당의 원내전략 사령탑에 오른 그는 환경과 복지를 두 축으로 하는 녹색당 정책을 야당에 설득, 관철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그는 “여성이기 때문에 더 꼼꼼히 정책을 챙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돋보이는 이유도 정책과 소신을 가지고 상대를 설득하기 때문이다.

물리학 석사출신인 지모네 프롭스트 환경부 차관(32)은 정치에 과학을 도입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 좌파 원칙주의자 위르겐 트리틴 환경부장관의 오른팔인 그는 과학적 근거에 바탕을 둔 각종 환경관련 입법을 주도하면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발터 리스터 노동부장관의 정책특보 겸 원내부총무를 맡고 있는 카트린 괴링 에카르트(34)는 노동문제 전문가. 신학을 전공한 뒤 노동운동에 투신한 그는 자신이 정치를 하는 대신 남편은 아이 양육과 가사활동을 맡는 ‘역할분담’을 실행하고 있다.

5인방의 마지막 주자는 경제전문가인 마가레타 볼프(43). 방만한 상공회의소 구조에 대한 조정안을 제출한 그는 현재 경제부차관의 물망에 오르고 있다.

좌파 원칙주의부터 중도현실파까지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을 갖고있는 이들 5인방은 재야시절부터 매주 카페에서 만나 세율문제 등 주요정책을 토론하는 사이이기도 하다. 독일언론들은 이들에 대해 “아직 권위주의와 관료주의가 존재하고 있는 독일 정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고 평가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