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정부 노벨문학상 비난… 네트즌 뜨거운 항의 빗발

  • 입력 2000년 10월 16일 18시 43분


가오싱젠(高行健)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해 중국 당국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자 중국 내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중국작가협회는 노벨문학상 발표 다음날인 13일 가오싱젠이 망명작가라는 점과 관련, "노벨문학상이 사실상 정치목적으로 이용돼 권위를 잃었다”며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작가협회는 또 "노벨문학상선정위원회는 중국에 뛰어난 작품과 우수한 작가들이 허다하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며 굳이 중국 바깥에서 중국인 작가를 선정한 처사를 비난했다. 인민일보와 관영 CCTV 등은 아예 가오싱젠의 수상사실조차 보도하지 않았다.

당국의 이 같은 반응에 적잖은 중국인, 특히 네티즌들이 즉각 반기를 들고나섰다. 유명 인터넷 토론사이트인 인민일보의 ‘강국논단’에만 해도 당국의 태도를 비난하는 글들이 무수히 쏟아졌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기뻐하고 있는데, 어떤 작가들을 대표하는 작가협회가 수상을 비난하는지 모르겠다”거나 "작가협회는 중국 작가 100분의 1을 대표할 뿐”이라는 등 작가협회를 겨냥한 비난도 잇달았고 "작가협회의 반응에 비통함을 금치 못한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나”는 통탄의 목소리도 나왔다. "문외한이 전문가들을 영도하며 당(黨)의 곤봉으로 붓을 훼손한다”며 당을 직접 비난한 글도 실렸다.

노벨상이 '정치목적으로 이용됐다'는 데 대해서는 "중국에서 주는 백화장(百花奬·영화상)이나 5·1공정장(노동영웅상)은 정치와 무관한가”라며 맞받았고, ‘권위를 잃었다’는 데 대해서는 "마오쩌둥(毛澤東)이 외국 국가원수들은 뜸하게 만났지만 양전닝(楊振寧·1957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과는 자주 만났다”며 "이는 노벨상의 권위를 입증한 것”이라는 글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전세계 화인(華人)과 더불어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가오선생은 중국으로 돌아오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일본 방문길에서 주룽지(朱鎔基)총리가 가오싱젠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한 것으로 보도되자 중국 외교부는 "주총리가 이런 말을 한 사실이 없다”며 서둘러 언론에 해명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네티즌들의 대정부 비난은 나흘째인 16일에도 계속됐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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