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츠, 舊경제 GE 웰치회장에 '한수' 배워

  • 입력 2000년 10월 9일 19시 11분


“역시 웰치 선배에게 배워야….”

미국 신경제를 주도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빌 게이츠 회장이 구경제의 대표주자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잭 웰치 회장으로부터 경영전략을 배우고 있어 화제다.

게이츠 회장은 지난 여름부터 웰치 회장의 저서인 ‘GE 방식’을 탐독하면서 웰치 회장에게 평균 일주일에 한 번씩 전화를 걸어 경영 문제를 상의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지가 7일 보도했다. 게이츠 회장은 또 자신이 주관하는 최고경영자(CEO) 포럼에 웰치 회장을 초청, 경영전략에 대한 특강을 마련하는 등 GE 배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게이츠 회장뿐만이 아니다. MS의 CEO 겸 사장을 맡고 있는 스티브 발머도 최근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웰치 회장의 사업전략을 연구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면서 “GE의 탁월한 실적이 그저 놀라울 뿐”이라고 고백했다.

신경제를 주름잡는 MS의 두 거물이 엔진 의료기기 전구 등 ‘한물간’ 제조업에 주력하는 GE의 경영비법을 배우는데 발벗고 나선 것은 끝없이 떨어지고 있는 MS의 주가 때문. 지난해말 사상 최고치인 주당 120달러까지 치솟았던 MS 주가는 10개월 만에 60% 가까이 떨어져 7일 현재 55달러선을 맴돌고 있다. 조만간 발표될 3·4분기(7∼9월) 매출상승률도 5%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뉴욕 금융가에서는 ‘MS는 구경제 기업’이라는 농담까지 나돌고 있다.

반면 80년대 웰치 회장의 취임과 함께 경영혁신을 이룬 GE는 최근 더욱 승승장구하고 있다. 주가는 1년 전에 비해 50%가 올랐으며 순익은 최근 2∼3년간 연15%씩 늘어나 신경제 기업을 능가하는 초고속 상승세를 누리고 있다.

MS가 가장 눈독들이는 GE의 경영비법은 사업확장 전략. 수십 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GE는 진출하는 사업 분야마다 선두를 다투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계열기업 대부분이 10%가 넘는 매출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발머 사장은 “1, 2위가 아니면 도전하지 않는다는 웰치 회장의 전략은 인터넷 무선통신 쌍방향TV 등에 새로 진출한 MS가 본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GE의 인재 양성도 MS의 관심거리. 반독점법 위반 논란과 주가 하락 등으로 MS 고위 경영진의 상당수가 회사를 떠났다. 웰치 회장은 인재 유출로 고민하는 게이츠 회장에게 GE의 인재육성 장기계획인 ‘10단계 전략’을 도입하라는 충고도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신문은 MS뿐만 아니라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스콧 맥닐리 회장도 GE 배우기에 나섰다며 미국 재계에 불고 있는 ‘웰치 열풍’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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