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자금 정계유입 수사]검찰 언제 칼 뽑을까?

  • 입력 2000년 10월 6일 19시 28분


'안기부 돈 선거자금 유입사건'을 수사중인 대검 중앙수사부가 관련자 소환 등 본격 수사착수의 '시점'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4일 수사사실이 알려진 뒤 검찰은 "확인중"이라는 원칙론만을 거듭해 오다가 6일에는 "특별한 상황 변동이 없다"며 수사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대신 이날 오전 열린 정례 중수부회의에서는 수사방향과 시점에 대해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길(朴相吉)수사기획관은 일단 "이번주에는 아무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주에도 검찰이 본격 수사에 나설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우선 9일에는 여야 영수회담이 예정돼 있고 10일에는 서울지검이 신용보증기금 보증대출 외압의혹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한다. 게다가 13일에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수상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는 노벨평화상 수상자 발표가 있다.

이같은 일정상의 문제를 떠나 사건의 본격 수사가 몰고올 정치적 파장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때문에 수사 착수 시기는 훨씬 더 늦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안의 성격상 검찰의 본격 수사는 야당인 한나라당의 조직적인 반발을 불러 올 것이 불을 보듯 뻔 하기 때문이다.

한 검사는 "어렵게 국회가 정상화 된 마당에 검찰이 나서 정치판을 깰 수가 있겠느냐"라며 "결국 영수회담 이후의 정치상황과 대통령의 결단이 중요하다"고 전망했다.

본격 수사는 당시 안기부와 여당(현 야당) 고위관계자의 소환을 의미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그 '윗선'도 거론될 수 있어 착수 시기는 검찰의 판단만으로 결정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검찰 스스로도 안기부 모(母)계좌에서 정치인들에게 돈이 전달됐다는 큰 그림은 확인했으나 과연 어느선의 누가 개입됐는지는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검찰은 이르면 다음주 사건의 '곁가지'에 해당하는 고속철도 로비의혹사건의 관련자 소환조사에 착수한 뒤 '본가지'인 이번 사건은 당분간 정밀 계좌추적을 계속하며 '때'를 기다릴 가능성이 높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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