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美-EU 전략비축유 방출 쟁점화 시도

  • 입력 2000년 9월 27일 17시 20분


국제유가 안정을 이유로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일부 국가도 전략비축유를 방출한 것으로 알려지자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25년만에 처음으로 열리는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이하 현지시간) OPEC 의장인 알리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은 EU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일부 EU 회원국이 이미 비밀리에 전략비축유를 방출했다고 주장했다.

로드리게스 장관은 미국에 이어 EU마저 전략비축유를 방출한다면 이런 결정이 국제원유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검토작업이 이뤄질 것이며 결국 유가 방어를 위한 생산량 재조정작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도 이날 미국의 전략비축유 방출 결정은 불필요한 것이었다고 말해 당초 환영입장을 번복한 뒤 "우리의 목표는 적정한 유가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아라비아에 이은 세계 제2의 산유국인 이란도 미국이 정치적인 이유로 전략비축유를 방출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OPEC의 증산 발표보다 미국의 전략비축유 방출 결정에 의해 국제유가가 민감하게 반응함에 따라 국제 원유시장의 가격결정력 상실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압달라 살렘 엘-바드리 리비아 석유장관은 미국의 전략비축유 방출량 확대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면서 만약 국제유가가 배럴당 22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감산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OPEC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유류세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비잔 남다르 잔게네 이란 석유장관은 정상회담에서 발표될 성명서에 각국 유가에 포함된 세금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현재의 국제유가가 실질가치로 평가할 때 높은 수준이 아니며, 문제는 원유 거래가가 아니라 각국이 유가에 포함시키고 있는 높은 세율이라는 일부 회원국의 주장을 반영한 것으로 적정유가에 대한 견해차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관련, 차베스 대통령은 고유가 시대에 맞게 OPEC의 목표 유가도 상향조정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고유가 추세를 반영, OPEC 회원국의 산유량 결정 시스템에 변화가 있어야하며 현재 배럴당 22달러에서 28달러 사이인 목표 유가도 상향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OPEC 정상회담이 열리는 카라카스에는 3천여명의 군·경병력이 동원돼 회담장인 테레사 카레노 극장과 회담장으로 연결되는 도로 등에서 삼엄한 경계활동을 펼치고 있다.

27일부터 이틀간 계속될 이번 회담에서는 장기적인 정책목표에 대한 토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며 주요 현안에 대한 결정은 오는 11월 회의에서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카라카스 AP·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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