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 大選 혼탁…軍 투표소 투입 유혈內戰 우려 증폭

  • 입력 2000년 9월 25일 01시 07분


24일 실시된 유고 연방의 대선은 투표가 시작된 직후부터 수십건의 선거부정 사례가 보고되는 등 극도로 혼탁하게 진행돼 유혈 사태 등 심각한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민간 선거감시단체인 '자유선거 민주 센터'(CESID)는 곳곳에서 부정선거 징후가 발견되고 있다면서 이번 선거는 혼탁 그 자체 라고 비난했다.

CESID의 마르코 블라고예비치 대변인은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은 선거에서 지면 비상조치를 선포할 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밀로셰비치 지지자들로 구성된 연방선관위는 민간 선거감시단체의 투표소 출입을 금지했으며 유럽연합(EU), 유럽안보협력기구(OSEC) 등의 선거감시 참여 요구도 묵살했다.

소식통들은 일부 투표소에 군인이 투입되고 이중 투표가 자행되는 등 광범위한 선거부정이 있었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의 한 소식통은 "밀로셰비치측이 대규모 부정선거 계획을 마련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면서 이는 집권 여당 내부에서도 흘러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과 세르비아 민주야당(DOS)의 보이슬라브 코스투니차 후보는 서로 상대방이 부정선거를 저질렀다며 승리를 장담했다.

선거직전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우세를 보인 코스투니차 후보는 "선관위와 군 등 집권 세력의 하수인들이 혼란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맞서 밀로셰비치는 "서방 앞잡이들의 부정선거 음모에도 불구하고 과반수 이상의 득표로 1차 투표 승리가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서방측은 선거에 지면 전범재판소 회부가 확실시되는 밀로셰비치가 선거 혼란을 이유로 비상사태를 선포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유엔은 유엔 관할 코소보 지역에서 유혈 충돌과 부정선거 예방을 위해 평화유지군의 경계를 강화하고 감시인단 150여명을 투입했으나 투표소에 진입하지는 못했다.

이번 대선에는 밀로셰비치 대통령 등 5명의 후보가 출마했으며 1차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 2주내에 2차투표를 실시하게 된다.

연방 상원의원 40석, 하원의원 138석을 뽑는 투표와 함께 치러진 이번 대선은 24일 오전 7시에 시작돼 오후 8시(한국 시간 25일 오전 3시)에 종료됐다. 투표 결과는 25일 오후가 돼야 윤곽이 나올 예정이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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