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紙 "아시아 증시잔치 끝났다"

  • 입력 2000년 9월 20일 18시 45분


‘아시아 증시, 호황의 꽃은 지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괄목할만한 회복세를 보였던 아시아 증시가 구조조정 문제가 불거지면서 다시 침체기에 접어들었다고 19일 보도했다.

WSJ는 “아시아 증시가 구조조정 지연과 반도체 가격 하락, 유가 상승, 정치 불안정, 부실채권 증가 등 악재를 만나면서 올해 안에 더욱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아시아 시장은 재난을 맞기 필요 조건을 고루 갖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WSJ는 최근 2, 3일간 5∼10% 폭락한 아시아 증시를 ‘지진’에 비유하면서 “시장이 다시 상승 국면에 접어들려면 최소한 2년 정도 걸릴 것” 이라고 내다봤다.

이 신문은 특히 올 초 아시아 시장에서 가장 유망하다고 평가받은 한국 증시의 폭락에 주목했다. 지난해 말부터 불기 시작한 인터넷 열풍에 휩쓸려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거의 망각해온 한국 증시에게 포드의 대우차 인수 포기는 “철저한 각성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WSJ는 “한국 정부와 외국 투자자가 책정한 인수 가격 사이에 아직 커다란 차이가 있다”면서 “대우차 정리가 한국 구조조정 일정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고려해볼 때 한국 정부와 채권단은 가격을 낮춰서라도 인수를 성사시켰어야 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한국이 회계투명성 강화, 부채비율 감소, 투신권 구조조정 등을 통해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나섰지만 경영풍토를 바꾸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이번 대우차 사태가 정부의 개혁의지를 다시 부추기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