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괄목할만한 회복세를 보였던 아시아 증시가 구조조정 문제가 불거지면서 다시 침체기에 접어들었다고 19일 보도했다.
WSJ는 “아시아 증시가 구조조정 지연과 반도체 가격 하락, 유가 상승, 정치 불안정, 부실채권 증가 등 악재를 만나면서 올해 안에 더욱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아시아 시장은 재난을 맞기 필요 조건을 고루 갖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WSJ는 최근 2, 3일간 5∼10% 폭락한 아시아 증시를 ‘지진’에 비유하면서 “시장이 다시 상승 국면에 접어들려면 최소한 2년 정도 걸릴 것” 이라고 내다봤다.
이 신문은 특히 올 초 아시아 시장에서 가장 유망하다고 평가받은 한국 증시의 폭락에 주목했다. 지난해 말부터 불기 시작한 인터넷 열풍에 휩쓸려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거의 망각해온 한국 증시에게 포드의 대우차 인수 포기는 “철저한 각성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WSJ는 “한국 정부와 외국 투자자가 책정한 인수 가격 사이에 아직 커다란 차이가 있다”면서 “대우차 정리가 한국 구조조정 일정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고려해볼 때 한국 정부와 채권단은 가격을 낮춰서라도 인수를 성사시켰어야 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한국이 회계투명성 강화, 부채비율 감소, 투신권 구조조정 등을 통해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나섰지만 경영풍토를 바꾸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이번 대우차 사태가 정부의 개혁의지를 다시 부추기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