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최고미녀 20세슈라, 생일날 범죄조직에 희생

  • 입력 2000년 9월 20일 18시 38분


역시 미인박명(美人薄命)이런가. 러시아 최고 미녀들이 잇따라 비극적 최후를 맞고 있다.

96년도 ‘미스 러시아’ 출신으로 톱모델인 알렉산드라 페트로바(20)는 스무번째 생일인 17일 고향인 서부 추바슈공화국 체복사리의 아파트에서 살해된 채 발견됐다. 사업가인 17세 연상의 남편 콘스탄틴 추발린과 함께였다.

‘슈라’란 애칭으로 불려온 페트로바는 친구들과 음식점에서 생일파티를 마치고 남편과 함께 집으로 돌아간 뒤 변을 당했다. 경찰은 8발의 총알을 맞고 숨진 점 등으로 미루어 ‘전문킬러’의 범행으로 보고 있다. 사업가 행세를 해왔지만 실제로는 범죄조직에 깊이 관여해온 남편 때문에 덩달아 희생됐을 가능성이 크다.

어린 슈라가 나이도 많고 직업도 떳떳하지 못한 추발린과 눈먼 사랑에 빠진 것이 비극의 씨앗이었다고 안타까워하는 러시아인이 많다. 평소 콧대 높았던 슈라가 유럽에서의 제의를 거절하고 반년 전에 전격 결혼한 배경에 대해서도 궁금해하고 있다.

96년 슈라와 함께 미스 러시아에 뽑혔던 스베틀라나 코보바가 97년 비참하게 최후를 맞았던 것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 화제에 올랐다. 당시 20세이던 코보바는 그리스 아테네에서 16세 연상의 살인 청부업자 알렉산드르 솔로니크와 함께 살해된 채 발견됐다. 톱모델이던 코보바는 ‘러시아의 레옹’이라고 불리던 솔로니크와 도피행각을 벌이던 중이었다. 솔로니크는 돈만 넉넉하게 받으면 망원렌즈가 달린 저격용 소총으로 마피아두목을 한방에 보내버리던 무자비한 인물. 코보바에게 ‘성 상납’을 강요하는 마피아두목을 솔로니크가 ‘처리’해준 뒤 두 사람은 사랑에 빠졌다가 결국 원한을 산 끝에 살해된 것이었다.

일간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는 어린 나이에 스타가 된 미녀에게 쇼업계나 광고업계, 범죄조직의 거물이 접근해 유혹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에서 쇼업계와 광고는 범죄 조직을 끼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마피아 산업’. 몸만 컸지, 철없는 어린 미녀들은 돈 많고 화려해 보이는 범죄 조직원에게 빠져들어 비극을 자초하고 만 것이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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