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를 달린다]다양한 국적…벽 허물고 쉽게 친해져

입력 2000-09-06 18:57수정 2009-09-22 05:37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TSR열차에서 맛볼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은 전세계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 특히 같은 객실을 쓰는 사람과는 친해질 수 밖에 없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기차여행 동안 사랑이 싹트기도 해 TSR열차에서 생긴 로맨스는 러시아 영화나 소설의 영원한 소재가 된다. 하바로프스크에서 이르쿠츠크로 가는 '시베리아호' 에서 만난 미국인 레이몬드 더키(55)는 플로리다의 한 고등학교에서 연극을 가르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여행광인 그는 "학창시절부터 시베리아여행을 꿈꿔오다 올 여름에야 소원을 이뤘다" 며 들뜬 표정이었다. 차이코프스키의 음악과 체홉의 드라마에 매료돼 시베리아와 러시아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그는 이번 여행을 위해 러시아어를 배우는 등 준비를 많이 했다.

그는 "시베리아의 거대한 자연과 여행에서 만난 러시아들의 순박함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며 "모스크바에 도착하면 그동안 인터넷으로 사귄 러시아인 음악가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고 말했다.

시베리아호의 식당차에서 일하는 젬피라 텐은 남편이 한국계라고 취재팀을 반겼다. 남편 때문에 한국음식에 익숙한 텐은 2박3일의 기차여행동안 취재팀을 위해 따로 밥을 지어주기도 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바로프스크로 13시간 30분 동안 가는 오케안호에서 만난 러시아 신세대 주부인 마샤 솔탄(27)과 인나 스테파치바(23)는 사업을 하는 남편을 둔 덕분에 가장 비싼 2인실에서 편안한 여행을 즐겼다. 알타이 국립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는 마샤는 TSR 건설 같은 대사업은 노동력을 강제로 동원할 수 있었던 전체주의체제 아래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중국인과 일본인도 여러 명 만났다. 그러나 한국인은 보이지 않아 아직 시베리아는 우리에게 먼 곳 으로 남아있음을 절감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