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증시 '검은돈 추방' 충격…주가 크게 하락

  • 입력 2000년 8월 31일 19시 49분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이 지난 달 28일 취임 100일을 맞아 ‘헤이진(黑金·검은 돈)’으로 상징되는 금권 폭력정치 추방을 천명하고 나선 뒤 증시가 요동을 치자 금융위기설까지 나오는 등 혼란이 확대되고 있다.

30일 타이베이 증시의 자취안(加權)지수는 산업 및 금융주들의 대거 폭락으로 전날에 비해 273포인트(3.5%)가 빠져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치인 7,543.96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주가가 이틀 연속 대폭 하락하자 금융당국은 4대 기금을 긴급 투입, 불끄기에 나섰으나 매도 분위기를 잠재우지 못했다.

자췐지수는 31일 반등세로 돌아섰으나 상승폭이 73.12포인트에 불과했다.

증시 폭락은 천 총통의 주요 선거 공약이었던 ‘검은 돈’ 청산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연루된 금융기관과 기업 등 ‘지뢰주(株)’는 물론 전자 등 활황을 이끌어 온 주식들까지 매물이 대거 쏟아진데다 정정 불안으로 단기간에 이를 상쇄할만한 호재가 없다는 비관적인 정서가 이어진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 시장 전문가는 “정부의 검은 돈 척결 선언만으로도 증시가 요동을 치고 있다”면서 “(사정 작업이) 수개월 지속될 경우 연말 쯤 금융위기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2야당 친민당(親民黨)의 천전셩(陳振盛) 총무는 “증시 폭락사태를 방치할 경우 경제 전반이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고 대만공업총회의 린쿤중(林坤鐘) 이사장은 “증시폭락은 주가 문제만이 아니라 대규모 기업들의 도산에 따른 실업자 속출로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천 총통은 28일 회견에서 “검은 돈 추방 및 경제개혁 등 국내정치에 주력하겠다”고 밝혔으며 천딩난(陳定南) 법무부장도 “내년까지 검은 돈의 뿌리를 뽑겠다”며 강력한 사정 의지를 천명했다.<홍콩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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