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現금리 유지 …경기 안정 자신감

  • 입력 2000년 8월 23일 18시 51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2일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연방기금 금리를 현재의 연 6.5%로 유지하기로 했다.

FRB는 이날 성명을 통해 “최근의 각종 경제지표는 총수요 증가세가 완화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며 “생산성의 급속한 향상이 비용과 물가 압력을 억제하는 동시에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3일 보도했다.

그러나 FRB는 “왕성한 수요와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여전해 인플레가 스며들 위험은 남아 있다”고 경고했다. 향후 물가 추이에 따라 금리를 인상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 이로써 연방기금 금리(6.5%)와 재할인 금리(6%)는 당분간 현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이같은 결정은 예상된 것이지만 FRB가 장기호황 속에서도 임금과 물가 인상의 고삐를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총수요 증가세가 완화되고 있다’는 FRB의 표현은 앞서 6월의 ‘완화될 수 있다’는 표현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말하자면 FRB가 인플레 없는 경기 연착륙에 어느 정도 확신을 가졌다는 것.

앨리스 리블린 FRB 부의장도 22일 CNBC방송에 출연, “생산성은 매우 높고 물가는 약간 오르는 데 그치는 등 경기 연착륙의 몇가지 징후가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각종 경제지표는 연착륙 조짐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2·4분기 5.2%에서 3·4분기(7∼9월) 들어 3.5∼4% 대로 진정기미를 보이기 시작했고 6, 7월 실업률은 4%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4분기(4∼6월) 노동생산성은 1·4분기(1∼3월)보다 5.3% 높아져 17년 만에 최고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반면 노동비용은 16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0.4% 낮아져 물가압력을 낮췄다. 낮은 실업률과 노동비용, 높은 생산성이라는 ‘3마리 토끼’가 인플레 없는 이상적인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셈.

일부에선 과열 경기 진정책으로 지난해 6월이래 6차례나 금리를 인상, 9년 만에 고금리 시대를 연 FRB가 이 정책의 효과를 검증할 시간을 갖기 위해 현상 유지를 택한 것으로도 분석했다.

아무튼 연말까지 금리 인상은 힘들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FRB는 금리 인상이 특정 후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대선이 다가오면 금리를 변동하지 않는 관례를 보여왔다. 다음 FOMC는 대선 한달 전인 10월 3일로 예정돼 사실상 금리 인상이 불가능하다는 것.

그러나 월가의 분석가들은 FRB가 대선 후 열릴 FOMC(11월 15일, 12월 19일)에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있다고 관측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