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핵잠함 참사]'국가 애도일' 선포등 수습 안간힘

  • 입력 2000년 8월 23일 16시 45분


러시아는 승무원 118명의 목숨을 앗아간 핵잠수함 쿠르스크호 참사와 관련해 23일을 국가 애도일로 선포했다. 크렘린궁 등 모든 국가 건물에 조기가 게양됐고 TV 방송은 오락 프로그램 방송을 중단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에 앞서 22일 쿠르스크호의 모항인 비디아예보항을 방문, 유족들을 위로했다. 푸틴 대통령은 승무원의 10년 봉급과 맞먹는 연금과 아파트 제공을 약속하는 등 파격적인 보상을 제시하며 사고 수습에 부심했다.

그는 유족들에게 군 구조체계 등을 질타한 뒤 희생자 시신의 조기 인양을 다짐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 정부는 사고 해역에 구조선 시웨이이글호를 파견한 스코틀랜드 민간기업 스톨트 오프쇼어사에 대해서 시신 인양 작업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했다.

블라디미르 우스티노프 검찰총장과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연방보안국(FSB) 국장이 쿠르스크호의 침몰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곧 북해함대를 방문한다고 이타르타스통신이 23일 전했다.

그러나 푸틴과 당국의 이같은 수습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고처리를 둘러싼 러시아군의 무능과 국가 수뇌부의 책임회피에 대한 유족들의 분노와 국내의 비난여론은 좀처럼 식지 않았다.

쿠르스크호 희생자 유족들은 23일 추모식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쿠르스크호가 인양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이를 취소했다고 인테르팍스통신이 전했다.

이에 앞서 서방에 대한 지원요청이 늦은 것에 대해 러시아 정부 사고조사위원장인 일리야 클레바노프 부총리는 22일 기자회견에서 “사고 이틀 만인 14일 승무원 전원이 숨진 게 확실했으나 잠수함 내에 공기가 남아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사망을 공식 발표할 수 없었다”고 여론무마에 나섰다.

그는 또 “승무원들이 일찍 사망했기 때문에 외국 구조팀들이 바로 구조에 착수했더라도 구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서방측에 지원요청을 하지 않은 것과 승무원의 생사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최고사령부도 이날 쿠르스크호가 훈련 도중 서방 잠수함과 충돌해 침몰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러시아 현지소식통들은 “서방측에 떠넘기는 것은 냉전시대부터 내려온 수법”이라고 비난했다. 뉴욕타임스도 22일 “러시아측의 주장은 냉전시대에 있었던 10여차례의 잠수함 충돌 및 접촉 사고에서 나온 것”이라면서 “그러나 현 상황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낮다”고 반박했다.

미국은 92, 93년 러시아 잠수함과의 충돌 사고가 일어난 뒤 러시아 해역에 대한 정찰 활동을 줄였고 러시아 잠수함과의 거리를 더 두도록 지시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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