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ACE21]'한반도와 미국-어제 오늘 내일'<제 2회의>

  • 입력 2000년 8월 20일 19시 07분


▶제2회의=21세기 미국의 아태 전략

▽남북정상회담과 미국의 대(對)한반도 정책(김성한·金聖翰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남북정상회담 개최 이후에도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은 여전히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및 미사일 문제 해결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미국은 현재의 한미 동맹체제가 두 가지 도전, 즉 북한의 ‘유화 공세’와 한국 내 반미주의의 점증이라는 현실적 도전과 이로 인한 주한미군 철수론 대두라는 잠재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생각한다.

남북정상회담 개최 이전과는 달리 앞으로는 남북관계 진전이 북―미관계 진전을 지나치게 앞서가는 경우 한미관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남북한과 미국의 삼각관계는 보다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정부도 보다 현실적이고 균형감각을 갖춘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남북한과 미국의 삼각관계의 개선을 위해 남북대화, 북―미고위급회담, 4자 회담을 병행 추진하는 ‘3중 접근법(three―way approach)’이 작동돼야 할 것이며 이들 상호간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남북한과 미국의 삼각관계가 잘못 관리돼 한미관계가 손상될 경우 미국은 동북아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게 될 것이다. 한미관계의 약화는 한반도 통일을 위한 국제적 환경조성 작업이 그만큼 힘들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21세기 미국의 군사전략과 미사일방어체제(이삼성·李三星 가톨릭대 교수)〓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 구상은 외부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객관적 평가에 기초한 것이라기보다는 미국 내부의 메커니즘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미국은 첨단 군사능력에서 잠재적 경쟁국가들과 가능한 한 최대한의 격차를 유지한다는 욕구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NMD가 방어 무기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나 그것이 초래하는 전략적 불균형과 불안정을 주목해야 한다. 전략적 불안정은 방어와 공격의 무기체계에서 이중적인 군비경쟁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NMD는 핵 위기로부터의 해방을 핵무기 제거 및 효과적 통제를 통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차원의 과학기술적 처방으로 추구하려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핵무기의 존속을 정당화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미국의 독단적인 NMD 구축은 한반도 주변의 동아시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의 경계와 강력한 반발은 중국의 핵 전력 및 군비 강화를 촉발할 것이다.

이를 계기로 미일동맹은 더욱 긴밀해지고, 동시에 일본의 군사대국화가 더욱 촉진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자칫 일본의 핵무장까지 정당화하는 조건을 조성할 수도 있다.

▽미중 관계와 한반도(정재호·鄭在浩 서울대 교수)〓점차 강화되는 미일 안보 협력망에 속하는 한국은 미중 간의 갈등과 견제로 인해 원치 않는 분쟁에 빨려 들어가는 손실을 감당해야 할지도 모른다.

경제 통상 부문에서는 한국이 중국에 대해 매우 적극적인 교류와 개입을 하고 있다. 반면 외교 및 군사 측면에서는 전반적으로 미일 축에 편향돼 있어 언제라도 대중(對中)봉쇄의 성격을 띨 수 있다. 이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의 이익을 상대적으로 많이 보장해주는 쪽에 대한 ‘선택적 지지’에 기인한 것이다.

미중 관계가 갈등 내지는 분쟁 관계로 치달을 경우, 즉 정경분리나 ‘양다리 걸치기’가 허용되지 않고 한국이 한쪽만을 선택하도록 강요받게 될 경우 결국 우리는 한미 동맹이라는 구조에 의해서 지배될 가능성이 크다. 불개입 또는 잠정 중립이라는 대안의 선택은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과연 우리가 그런 손실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 구조적 제약이 장기적으로 한국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인지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2020년, 또는 2030년에 가서 최소한 동북아에서는 중국의 힘이 미국보다 월등해진다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토론〓김태현(金泰泫) 중앙대 교수는 “남북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동북아 정세에서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면서 “반미감정을 섞어서 주한미군 철수를 운운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으며 한미 관계에서 감정적인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교수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미국의 NMD 구축이 딜레마에 빠졌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김성한 교수의 논문에 남북관계와 NMD의 연관성 문제가 구체적으로 거론되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논평한 뒤 “궁극적으로 한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대미관계에서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느냐”고 물었다.

김성한 교수는 “남북관계를 대미협상의 지렛대로 쓸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본다”면서 “남북정상회담 이후 민족주의 성향이 나타나는 것은 대단히 모호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최종철(崔鍾撤) 국방대 교수는 “미국의 NMD 추진은 중국과 러시아가 강력히 반대하고 있고 기술적인 문제도 생길 수 있는 만큼 이삼성 교수가 미국이 NMD를 계속 추진할 것으로 단정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냐”고 물었다. 최교수는 “NMD는 단순히 군사무기체계의 문제만이 아니라 미국의 세계전략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봐야 하며 미국의 세계질서 유지는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이라며 “미사일 문제를 다루려면 이상주의적 접근이 아닌 현실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삼성 교수는 “끊임없이 발전하는 기술수준을 일방통행식으로 군사무기화하려는 NMD는 어느 국가의 안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역설했다.

김태호(金泰虎)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은 톈안(天安)문 사태 이후 상당한 갈등을 겪어오면서도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남북관계 진전과 한반도의 안정이라는 공통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 문제 참여를 통해 동북아 지역에서의 위상 강화를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위원은 “미국과 동맹관계인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안보 딜레마를 겪고 있다”면서 “그러나 최소한 앞으로 수년간은 중국을 미국에 대신할 수 있는 전략적 대안으로 상정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정재호 교수는 “중국을 전략적 대안으로 선택할 수 없다는 데 동의하나 중 장기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면서 “외환 위기에서도 드러났듯이 한국은 위기의 예방이나 관리능력이 떨어지는 만큼 주권이 달려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제2회의의 사회를 맡은 안병준(安秉俊)연세대 사회과학대학장은 토론을 정리하며 “미국의 국가적 관심이 유럽에서 아태지역으로 옮겨오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미국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국가는 중국”이라며 “자칫 미중의 갈등구조 속에 끼일 수 있는 한국으로서는 이에 대한 중장기적인 국가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윤석기자>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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