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保革갈등 심화…보수파, 마지막 개혁파 신문 폐간

  • 입력 2000년 8월 9일 18시 27분


이란에서 보혁(保革) 갈등이 다시 심화되고 있다.

사법 입법 군사 등 핵심 권력을 쥐고 있는 보수파는 8일 사실상 마지막 남은 개혁파 신문 ‘바하르’를 폐간시켰다. 바하르의 발행인은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의 언론담당 고문. 이로써 올들어 폐간된 신문과 잡지는 무려 23개에 이른다. TV와 라디오까지 장악하고 있는 보수파가 ‘개혁의 입’ 노릇을 해온 신문에 재갈을 물리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는 개혁파 의원들이 추진 중인 언론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아예 금지토록 하는 포고령을 6일 발표했다. 2월총선에서 의회 다수를 차지한 개혁파는 새 의회가 개원되기 직전인 5월말 개혁파가 만든 언론통제 강화법을 개정, 언론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신문 폐간 절차를 까다롭게 만들 예정이었다. 하메네이는 “언론법 개정을 논의하는 것은 국가안보와 이슬람적 가치에 중대한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의회의 모든 입법안은 상위기구인 ‘수호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그런 절차를 밟기도 전에 하메네이가 직접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하메네이의 서한이 의회에서 낭독되자마자 개혁파 의원들은 입법논의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의석을 박차고 나가 마이크를 잡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도 벌어졌다. 개혁파인 모하마드 라쉬디안 의원은 최고지도자를 그냥 “하메네이”라고 부르는 ‘불경(不敬)’을 저질렀다.

이틀 뒤인 8일 오전 개혁파 의원들을 처벌하라는 대규모 관제시위가 있었다. 이날 법원은 하메네이의 의회 발언을 비판한 바하르지를 폐간했다.

개혁파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8일 하타미가 관할하고 있는 내무부는 개혁파 의원을 공박하며 보수파의 시위를 부추기는 국영 TV와 라디오 방송에 대해 더 이상 불법적인 집회를 보도할 경우 법적인 절차를 밟겠다고 엄중 경고했다. 또 아흐메드 푸르 네자티 의회 문공위원장은 “언론자유를 위협하는 상황에서는 위원장직이 의미가 없다”며 항의 사퇴했다.

호메네이옹의 후계자였다가 밀려난 뒤 3년째 연금상태에 있는 아야툴라 후세인 알리 몬타제리도 “최고지도자는 감독 조정 역할만 해야 하는데 이번 행위는 월권”이라며 하메네이의 전제주의적 태도를 비난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