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대중스타들, 국민영웅으로 대거 부상

  • 입력 2000년 8월 8일 18시 37분


사상과 예술의 우위를 부르짖는 프랑스인들도 어쩔 수 없이 대중스타를 우상으로 여기는 미국의 대세를 쫓아가는가.

프랑스의 일요판 신문 주르날 드 디망쉬가 최근 여론조사기관 IFOP과 공동으로 18세 이상 성인 10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들은 축구선수 지네딘 지단(28)을 프랑스를 대표하는 인물로 손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대표팀 스트라이커인 지단은 98월드컵과 유로2000축구대회에서 프랑스에 승리를 안겨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신문은 88년부터 매년 프랑스의 대표적 인물 베스트 50을 선정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해 왔다. 스포츠 스타가 1위에 선정된 것은 올해가 처음으로 지금까지는 집 없는 이들의 대부로 불리는 사회사업가 아베 피에르 신부(88)나 해양학자 겸 탐험가인 고 자크 쿠스토가 번갈아 1위를 차지했었다.

이번 조사에서 2위는 아베 피에르 신부, 3위는 만년 청춘 록가수 조니 알리데이(57), 4위는 가수 장 자크 골드만, 5위는 영화배우 장 폴 벨몽도가 각각 차지했다.

10위에 오른 에마뉘엘 수녀를 제외하고는 영화배우 제라르 데파르디외(6위) 소피 마르소(8위), 프랑스 국가대표축구팀 골키퍼 파비앵 바르테즈(7위), TV사회자 미셸 드뤼커(9위) 등 대중적인 스타들이 줄줄이 베스트 10 대열에 올랐다.

반면 정치인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영화배우 카트린 드뇌브에 이어 22위에 오르는 데 그쳤으며 시라크 대통령의 라이벌이기도 한 리오넬 조스팽 총리는 축구선수 에릭 칸토나보다도 10등급이나 아래인 44위를 기록했다.

더욱이 10년 전만 해도 베스트 50의 단골손님이었던 철학자 사상가 예술가 등 지식인은 단 한명도 포함돼 있지 않아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신문은 알제리 출신의 지단이 프랑스의 얼굴로 선정된 것은 흑인농구선수인 마이클 조던이 다인종 다문화사회의 통합을 상징하는 미국의 영웅으로 부상한 것과 비슷하다며 프랑스의 미국화 현상을 보여주는 일례라고 지적했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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