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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7월 30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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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올브라이트는 백남순(白南淳) 북한 외무상과의 회담을 마친 뒤 턱시도와 실크 해트 차림으로 바꿔입고 나와 골프채를 든 채 무대를 돌면서 노래했다.
올브라이트는 노래말을 바꾼 개사곡 세레나데를 부르면서 “처음에는 백외무상이 무례한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대단히 세련됐더군요∼ 친구들을 만드세요. 장벽을 허무세요∼”라고 충고했다.
그는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외교부장에게는 “내 가장 가까운 벗 가운데 하나여, 당신의 사랑이 식는다면 난 미 제7함대를 부를 테야∼”라고 노래했다.
올브라이트는 알위 시하브 인도네시아 외무장관을 향해 돌아서서는 “루피아화의 가치가 떨어져도 나는 계속 바라보기만 할 거예요”라고 속삭였다.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는 “코소보와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패권이 될 만한 것들을 나는 결코 충분히 얻을 수 없더군요…이것이 미국의 길이라네”라고 읊조렸다.
그는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일본 외상 앞에서는 오키나와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회담에 참석 못한 것을 사과하고, 마하티르 모하마르 말레이시아 총리가 미국에 불간섭을 요구한 것에는 냉소적으로 대하는 등 ‘할 말을 노래로 대신 다 했다’는 평.
이같은 여흥은 동남아국가연합(ASEAN) 외무장관회담의 관행으로 자리잡은 것으로 이날 수린 피추완 태국 외무장관은 화장한 얼굴에 귀고리를 한 채 나타났으며, 호주의 알렉산더 다우너 외무장관은 엘비스 프레슬리 흉내를 냈다.
그러나 파티 참석자를 ASEAN과 일부 관계국 참석자들로만 국한해 백외무상과 각국 언론인들은 참석하거나 장내 취재를 할 수 없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