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日환경단체, "희귀새 보호" 6년투쟁 승리

  • 입력 2000년 7월 25일 19시 37분


“우리는 엑스포(만국박람회)보다 자연을 원한다.”

일본 환경보호단체의 6년에 걸친 투쟁이 숲을 깎아 엑스포 개최지를 만들려던 행정관청의 계획을 마침내 저지했다.

24일 ‘아이치(愛知)엑스포 검토회의’는 당초 계획했던 엑스포 주전시장 면적을 57㏊에서 10.35㏊로 대폭 축소했다. 이에 따라 아이치현이 94년 엑스포유치 기본구상을 밝힌 뒤 이어져온 현과 환경보호단체의 대결은 끝났다.

일본 정부는 96년 아이치현의 희망에 따라 엑스포 국제사무국(BIE·본부 프랑스 파리)에 개최신청을 했으며 97년 아이치현은 캐나다를 물리치고 개최권을 따냈다. 이때 개최 예정지 면적은 150㏊.

자연보호단체는 개최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기본구상대로라면 ‘가이쇼노모리’(海上の森)라는 절경이 파괴될 것이 뻔했기 때문에 자연보호단체는 다른 곳을 개발하라고 요구했다. 현은 반대여론을 무시하고 엑스포 개최 뒤에 이곳에 아파트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99년 희귀새인 큰매가 이 숲속에 서식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환경보호단체의 반대여론은 더욱 힘을 얻었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일본위원회와 일본야생조류회, 일본자연보호협회 등도 아이치현의 환경보호단체를 지원했다. 99년 11월 개최예정지를 방문했던 BIE도 엑스포 예정지를 주택지로 개발하려는 현의 계획은 자연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주민의 견해를 지지했다. 결국 현은 당초 계획을 바꾸지 않으면 안되었다. 이번 결정은 정부와 현, 주민 모두의 승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 정부는 문제가 확산되자 현에 계획을 수정하도록 요구했다. 현은 4월 엑스포조직위원회와 엑스포개최에 찬성하는 주민조직, 자연보호단체의 대표 28명으로 ‘아이치 엑스포 검토회의’를 만들었다. 이번 결정은 이 회의에서 내려졌다.

24일 타협안이 확정된 뒤 검토회의 위원들은 “자연보호파와 엑스포추진파가 각자의 견해를 초월해 결론을 내렸다”며 자축했다. 구로다 마코토(黑田眞)엑스포조직위 사무총장은 “세상이 변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며 “위원 여러분께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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