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외무장관 회담]4∼6개국 외무와 릴레이 회담

  • 입력 2000년 7월 25일 19시 17분


“아주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나라의 외무장관들은 북한의 백남순(白南淳)외무상을 만나기 전에 이정빈(李廷彬)외교통상부장관과 먼저 회담을 갖게 될 것입니다.”

외교부 고위관계자는 25∼29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하기 위해 방콕을 방문중인 이정빈장관의 양자회담 일정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26일 하루 동안만 이장관과 백외무상은 사상 첫 남북한 외무장관회담을 비롯해 각각 4∼6개국 외무장관과 릴레이 양자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그런데 세부일정을 보면 이장관이 오전에 만난 일본 캐나다 외무장관을 백외무상은 오후에 만나는 등 ‘남한 먼저, 북한 나중’의 양상을 띠고 있다. 단 미국의 경우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중동평화회담 참석 때문에 남북한과의 구체적 일정 자체가 25일 오후까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

외교부 당국자는 이같은 ‘선(先) 남한 후(後) 북한’일정에 대해 “우방 국가들이 ‘한반도문제의 남북한 당사자간 해결 원칙’에 따라 한국을 돕는다는 차원에서 한국을 먼저 만나고 그 다음에 북한을 만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북한을 국제사회로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이런 노력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에 기여하는 방향이어야 하며 따라서 사전에 한국 정부와 상의해야 한다’는 한국정부의 정책기조에 대한 지지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 북한은 이번에 ARF에 가입하면서 뉴질랜드 캐나다 유럽연합(EU)국가 등 미수교국들과의 관계정상화를 도모하는 한편 미국 일본과도 양자회담을 갖기로 하는 등 말 그대로 전방위외교를 펼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측의 이같은 회담 일정 관리는 우방국이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의 취지와 방향을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논의토록 하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방콕〓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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