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東 평화협상 결렬 위기…클린턴 訪日미루고 막판조율

  • 입력 2000년 7월 19일 18시 53분


미국 메릴랜드의 캠프데이비드에서 9일째 계속돼온 중동평화협상이 19일 결렬 위기에 처했다.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팔레스타인측과 진행해온 중동평화협상을 중단하고 귀국키로 결정했다고 이스라엘 총리실이 19일 밝혔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성명에서 “팔레스타인측은 어려운 결정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비난하고 “이스라엘은 외부의 비현실적 요구를 결코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성명은 클린턴 대통령이 19일 새벽 이번 협상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 일본에서 열리는 선진 8개국 회담(G8) 참석을 하루 연기한다고 발표한 후 몇시간만에 나왔다.

그러나 이스라엘측의 이같은 성명에도 불구하고 이날 바라크 총리가 실제 이스라엘로 귀국하기 위해 구체적인 조치를 취했는지는 분명치 않다고 관측통들은 분석했다. 이날 캠프 데이비드 주변에는 폭우가 내려 바라크 총리가 헬리콥터 등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또한 클린턴 대통령이 G8 회담 참석을 연기하면서까지 중재에 의욕을 보이는 와중에 협상장을 박찬다는 것은 협상 결렬의 주범으로 몰릴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중동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측의 이날 입장표명이 난항중인 협상 국면을 유리하게 조성해 팔레스타인측으로부터 마지막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벼랑 끝 전략’의 일환일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11일 협상이 시작된 후 핵심 쟁점인 예루살렘 관할권 문제를 놓고 심한 이견을 보여왔다.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의 범위를 인접 요르단강 서안의 일부 지역까지 확장시킨 후 팔레스타인이 동예루살렘을 통제하고, 대신 이스라엘 관할 예루살렘에 일부 이스라엘인 정착촌들을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동예루살렘에 대해 팔레스타인의 주권을 인정치 않고 자치권만을 인정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은 이곳을 장래 독립국의 수도로 삼을 방침이어서 이같은 제의를 거부했다. 한때 아라파트는 대표단을 철수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라크로서도 이번 회담과 관련해 입지가 크게 약화돼 쉽사리 양보하기 어려운 입장이었다. 연정에서 탈퇴한 샤스당은 18일 또 다른 불신임투표를 제출해 놓은 상황이고 회담기간 내내 극우 유대인들의 시위가 잇따랐다.

중동 전문가들은 이스라엘 총리실의 성명에도 불구하고 협상이 19일 하루 더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양측이 이미 극단으로 달리고 있어 협상이 결렬되거나 ‘부분합의’ 정도로 결론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방일 일정을 연기하면서까지 중재에 나선 클린턴의 각오를 볼 때 양측에게 민감한 부분을 뺀 ‘부분 합의’ 정도로 결론날 가능성도 있다. 즉 예루살렘 문제를 빼고 이번 회담을 결산하는 공동성명서를 채택하고 향후 협상의 여지를 남겨놓자는 안이다.

<윤양섭·권기태기자>lailai@donga.com

▼기독교-이스라엘 성지 양측 "관할권한 양보 못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협상을 타결하는 데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동예루살렘이다. 이스라엘은 내놓을 수 없다고 버티고 팔레스타인은 장래의 수도로 삼겠다고 맞서고 있다.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두 민족간에 종교 역사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곳이다.

유대의 다윗왕은 BC 997년 현 동예루살렘 지역에 나라를 세웠다. 이후 유대인들은 바빌론과 로마의 박해를 받으면서도 예루살렘을 민족의 구심점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AD 638년 아랍인의 땅이 됐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때 논란이 많자 유엔은 ‘동예루살렘을 국제관할 아래 둔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67년 제3차 중동전때 이곳을 병합했다.

동예루살렘 내 성곽으로 둘러싸인 ‘구시가지’에는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의 성지가 몰려 있다. 유대교 최고성지인 ‘통곡의 벽’이 있고 바로 위에는 이슬람교 4대 성지인 ‘바위의 돔’과 ‘알아크사’ 사원이 있다. 기독교 성지로 십자가의 길과 성분묘교회가 있다. 인구 70만명의 예루살렘 동쪽에 아랍계 20만명이 살고 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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