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블레어총리 "부모노릇 어려워"

  • 입력 2000년 7월 7일 18시 51분


훌리건 등 술주정꾼과의 전쟁을 선포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아들 때문에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맏아들 유안(16)이 5일 밤 런던 레이체스터 광장에서 술에 만취, 길에 쓰러져 있다가 경찰에 체포됐기 때문.

블레어 총리는 6일 런던 남쪽의 휴양도시 브라이튼에서 열린 흑인종교지도자대회에서 가정과 자녀양육 문제를 주제로 연설하다가 “총리보다 부모노릇을 제대로 하기가 훨씬 어렵다”고 고백한 뒤 “내겐 가족이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 대목에서 잠시 말을 멈추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이 부분은 오래전에 작성된 것”이라고 덧붙여 청중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블레어 총리는 이날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비록 유안이 술이 취해 경찰에 체포되긴 했지만 여전히 착한 소년”이라고 아들을 두둔, 깊은 부정(父情)을 나타냈다.

블레어 총리는 5일 밤늦게까지 알라스테어 캠벨 대변인과 함께 연설문을 작성하면서 귀가하지 않은 아들을 걱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 유안은 경찰에 체포됐다가 조사과정에서 총리의 아들임이 밝혀져 총리실 경비대가 긴급 출동, 관저로 옮기는 소동을 벌였다.

유안은 대학입학자격시험을 마친 뒤 친구들과 술을 마셨다고 고백했으나 경찰 진술과정에서 나이와 이름을 속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런던 경찰은 “블레어 총리가 술꾼에게 현장에서 벌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한 직후에 이런 일이 발생해 시기적으로 좋지 않다”고 밝혔다.

블레어 총리는 휴가정책과 측근정치 등 잇따른 정책실패로 곤경에 처해 있는 시점에 아들의 음주 사건까지 돌출하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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