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콜前총리 6일 2차청문회…사법처리 불가피할듯

  • 입력 2000년 7월 6일 19시 56분


‘거인 콜의 신화가 무너지는가.’ 독일통일의 영웅 헬무트 콜 전총리의 비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면서 그의 사법처리가 마침내 초읽기에 들어갔다.

당초 통일 위업을 일궈낸 콜에 대한 동정론이 만만치 않아 그가 사법처리라는 막다른 골목에 처하는 비운을 맞게 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최근 비리문서 파기 및 말맞추기 의혹 등 곁가지 의혹까지 불거져 나와 동정론은 사그라지고 국민과 언론,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그의 사법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콜이 받고 있는 혐의는 크게 보아 3가지. 93년부터 98년까지 총리재임시 사우디 아라비아로 36대의 탱크를 수출하면서 방위산업체로부터 200만마르크의 뇌물을 받아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와 재임중 비리와 관련된 자료를 불법 파기한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의회청문회에 대비해 기민당(CDU)의원들과 수시로 만나 입을 맞춘 혐의 등.

1월부터 검찰과 의회 특별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는 콜 전총리는 지난달 29일 열린 1차 청문회에서 자신이 받은 200만마르크는 뇌물이 아니라고 강변하면서 ‘청문회 음모론’을 내세우며 맞섰다.

그러나 1차 청문회는 콜 전총리가 안드레아스 슈미트 한스-페터 프리드리히 등 기민당소속 특위의원들과 5차례에 걸쳐 예상질문과 특위가 채택할 증거자료에 대해 서로 입을 맞춘 사실이 폭로돼 3시간만에 중단됐다.

사민당(SDP)은 5일 비상총회를 열어 비리은폐를 기도한 기민당의원을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결의했다. 사민당특위간사인 전원내의장 볼커 노이만은 6일 열린 2차 청문회에서 ‘입맞추기’ 의혹에 대한 진상과 비자금 비리를 끈질기게 추궁해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게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기민당도 비자금파문에 이은 추가 악재로 당의 위상이 추락하는 사태로 비화하자 더 이상 콜 전총리를 보호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콜을 ‘정치적인 아버지’라고 추겨세웠던 안겔라 메르켈 기민당 총재는 “콜의 개인비리와 독일정치에 기여한 기민당의 업적은 분리되어야 한다”며 ‘콜 전총리 시대의 종언’을 선언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원내의장은 “콜 전총리가 기부자를 공개하지 않아 당전체가 피해를 보고 있다”며 콜 전총리를 강하게 비난했다.

콜 전총리가 청문회에서 기부자 명단을 밝힐 경우 비자금 조성과 배임혐의를 인정하는 것이 돼 사법처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찰은 특히 콜 총리가 통일후 대규모 국영기업 등 1조 마르크에 이르는 동독재산의 민영화관련 자료 등 재임중 비리가 담긴 컴퓨터 파일을 불법폐기함으로써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6개월동안의 수사를 통해 상당량의 증거를 확보한 검찰은 일단 의회 청문회를 지켜본 뒤 이달말쯤 입장을 정리, 본격수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16년간 총리로 재임하다 퇴임 뒤 불과 20개월만에 독일의 영웅에서 ‘비리의 상징’으로 전락한 그는 사민당은 물론이고 친정인 기민당마저 등을 돌리는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상황을 맞고 있다.

<백경학기자> 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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