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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6월 27일 19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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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대표는 선거 결과에 대해 “새로운 정권을 창출한다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정권교체의 발판을 마련하고 양당제도를 향한 일보를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약진한 이유는 교차투표, 도시지역 바람, 무당파 지지 등 크게 세 가지다.
96년 선거의 배에 달하는 45%의 유권자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달리 선택하는 ‘교차투표’를 했다. 지역구는 자민당 후보에 투표하지만 비례대표는 민주당에 주는 식이다. 그 결과 자민당과 민주당의 지역구 당선자는 177명 대 80명으로 큰 차이를 보였지만 비례대표는 56대 47로 근접했다.
도시지역 바람이 민주당에 큰 승리를 안겨주었다. 도쿄(東京)를 포함한 간토(關東)지역에서는 자민당이 19석을 잃고 민주당은 19석을 늘렸다. 특별히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파’ 중에서 민주당을 선택한 유권자가 많았다. 특히 도시에서는 무당파의 40%가 민주당에 몰표를 줬다.
그러나 민주당은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정권교체를 이루는 데 필요한 의석에는 턱없이 모자란다는 것이다. 단독 과반수 의석은 241석이나 민주당은 127석에 불과하다.
민주당이 유세기간에 연립여당으로부터 공격당한 것도 이 점이다. 자민당 간부들은 “우리는 연립 3당으로 정권을 잡겠다고 하는데 민주당은 집권구상도 밝히지 않은 채 표만 달라고 한다”고 야유했다.
하토야마 대표가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에서 푸대접을 받고 있는 가토 고이치(加藤紘一) 전 간사장을 총리후보로 밀 수도 있다고 밝힌 것은 이같은 공격을 받은 끝에 나온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남의 당 간부를 총리로 민다는 것은 집권의지가 없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라는 세찬 공격을 받고 얼굴을 붉혀야 했다.
그렇다고 ‘야권 대단합’도 현재로서는 무리다. 자민당이 연립정권을 유지하는 한 야권 4개 정당과 무소속을 전부 합쳐도 과반수가 안된다. 더욱이 야권의 공산당 자유당 사민당은 민주당과는 강령이나 정책에 큰 차이가 있다. 연립을 할 경우 유권자들로부터 비난받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로서는 빼들 카드가 거의 없는 셈이다.
민주당이 자민당과 차별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는 것도 아니다. 자민당의 실정을 비판함으로써 반사적인 이익을 누려온 게 사실이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차별화한 정책을 내놓으려고 노력했다. 선심성 공공사업을 줄이고 과세최저선을 올린다는 공약이 대표적. 욕을 먹더라도 인기에만 영합하지 않는 책임있는 정당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민주당은 차차기 선거에서 단독으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의석을 늘려가 야권의 확실한 구심점으로 자리잡으면 정책연립을 통해 집권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아직 길은 멀기만 하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