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 무역투자공사에 '불만' 호소

  • 입력 2000년 6월 20일 19시 33분


“해외에서 생산돼 한국에 반입되는 제품의 KS 인증을 위해 현지 공장에 대한 3일간 전문가의 공장 및 생산공정검사는 이해하지만 현지 직원에 대한 3일간의 품질경영교육은 이해하기 어렵다. 언어장애 등으로 사실상 교육이 어렵고 형식에 그치기 때문이다”(독일 O사 관계자).

“한국에 1년 이상 체류하는 외국인들의 열 손가락 지문채취는 비인도적인 처사로 한국에 국제적인 위상을 고려해 폐지해 줄 것을 바란다”(일본 F사 한국지사장).

국내 진출 외국기업의 애로와 고충처리를 위해 지난해 10월 26일 대한무역투자공사(KOTRA) 산하에 설치된 ‘외국인 투자 옴부즈만 사무소’에 접수된 애로사항의 일부다.

옴부즈만 사무소는 26명의 ‘홈닥터’들이 직접 외국 기업을 방문해 그들의 애로 사항을 듣고 관련 기관에의 건의 등을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사무소 개소 이후 접수된 총 450여건의 애로사항중 주요 내용은 △세무 45 △금융 39 △법률 74 △노무 43 △관세 통관 39 △ 건축 토지 29 △투자 42건 등이었다. 국가별로는 미국 48, 일본 47, 프랑스 13, 영국 네델란드 각각 12건 등.

많은 외국 기업 관계자들은 한국이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 법과 제도가 외국 기업들의 진출과 활동을 원활히 하는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개선되어야 할 규정도 많다는 것이 사무소측의 지적이다.

외국 기업들이 가장 정서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제도중 하나로 ‘열 손가락 지문날인’을 꼽았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한 손가락 지문채취’ 등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관계 부처와 협의하겠다고 사무소에 통보했다.

홈닥터들은 국가유공자 자녀 의무고용과 관련 ‘피고용자의 근무처까지 지정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민원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과 같이 유공자 자녀를 의무고용하는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특정 부서 근무까지 관계기관에서 지정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

전자상거래를 통해 국내업체에 기계류를 공급할 예정이던 독일의 G사는 거래 업체가 공급자 정보 등록을 요청하면서 대표자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토록 해 애를 먹었다.

외국인들은 주민등록번호가 없어 외국인 등록번호를 입력했으나 컴퓨터가 이를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이같은 경우 등에 대비해 외국인 등록번호를 주민등록번호와 같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전산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으나 아직 상당수 업체가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

일본계 H사는 월간 관세 납부건수가 150∼200건에 달하지만 고지서로 납부토록 되어 있어 자동이체를 요구했으며 미국계 M사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지방공단 입주 외국 기업의 경우에도 국도변에 회사 안내표지판을 세울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외국 기업에 근무하는 외국인들은 또 버스노선 표지판이나 지방 국도 및 지방도로상의 이정표에 영문을 함께 적어주도록 요청했다.

옴부즈맨 사무소는 일부 외국인 밀집지역에서 외국인이 주택을 임차할 경우 2년치의 월세를 선불로 요구하는 것은 외국에는 없는 전세제도를 악용한 것으로 명백한 외국인 차별행위라고 지적했다. 사무소측은 “서울시와 해당 구청 등이 대책을 마련중이지만 오랜 관행으로 ‘정착’돼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홈닥터의 활동을 총괄하는 ‘옴부즈맨’인 김완순박사는 “국제적인 규범과 관례에 비추어 외국 기업들이 국내에서 활동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의 지원활동을 벌여나가겠다”고 말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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