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왕실―블레어총리 인기 급락

  • 입력 2000년 6월 13일 19시 17분


▼왕실지지도 44%▼

90년대 초 70%까지 치솟았던 영국 국민의 왕실 지지도가 최근 44%에 그쳐 거의 ‘바닥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가디언이 12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18세 이상 성인 1006명에 대한 전화설문조사를 통해 ‘왕실이 없으면 영국이 더 못살게 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을 던진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며 97년 다이애나비 사망 직전 왕실 지지도가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졌던 것보다 더 낮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다이애나비 사망 뒤 찰스 왕세자가 국민이 왕실에 애정을 갖도록 노력함에 따라 왕실의 인기는 52%로 약간 회복됐으나 지난 2년간 다시 8%포인트나 떨어진 것.

또 ‘모르겠다’는 응답도 98년의 20%에서 29%로 증가, 왕실이 자신의 생활과 관계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이 늘어났다. 90년대 초 이렇게 응답한 사람은 5∼10%선. 왕실 지지도는 55세 이상의 고령층에서 높았으며 18∼24세의 젊은층에서는 지지도가 24%에 불과했다.이와 함께 찰스의 왕위 계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48%에 그친 반면 찰스를 건너뛰어 그의 아들인 윌리엄 왕자에게 왕위를 물려줘야 한다는 의견이 3분의 1이나 나왔다.이같은 추세는 특히 여성들에게서 두드러져 찰스 왕세자와 윌리엄 왕자의 왕위계승 지지도가 각각 43%와 41%로 팽팽하게 나타났다. 여성들은 찰스의 94년 ‘외도 고백’을 용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 지지도 41%▼

전후 영국 역대총리 가운데 최고의 인기를 누려온 토니 블레어 총리가 여성협회 연설 도중 청중의 반발로 집권 이후 최악의 홍보실패를 저지른데다 노동당 지지도마저 급락함에 따라 강한 내부비판에 직면했다.

블레어 총리는 지난주 여성협회 회원 1만여명을 상대로 연설하는 도중 청중이 의도적으로 느리게 박수를 치거나 종이를 흔들고 자리를 뜨는 등 반발함에 따라 그의 정치적 운명이 위기에 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연설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노동당 지지도가 41%에 그쳐 보수당의 38%에 겨우 3%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으며 50%를 약간 넘는 응답자들이 ‘블레어가 국민과 괴리돼 있다’고 응답해 노동당에 큰 충격을 안겼다.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다음날 더 타임스는 블레어 총리 진영의 여론조사 담당참모인 필립 굴드가 작성한 내부 보고서를 입수 보도해 그를 더욱 난감하게 만들었다.이 내부 보고서는 “유권자들이 블레어 총리를 자신감이 없고 비현실적인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여성협회 연설은 겸손한 정도를 넘어 그를 슬프게 보이도록 했다”고 비판했다.이 보고서는 또 “블레어 총리가 단지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장황하게 말을 한다”며 “블레어 총리는 ‘의료 등 공공서비스를 개선하고 영국을 변화시키겠다’고 말했지만 상황은 더 악화됐다”고 덧붙였다.

<런던연합>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