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러대통령 訪北…한반도 영향력 키우기

  • 입력 2000년 6월 9일 19시 02분


▼푸틴 러대통령 訪北 배경▼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 겸 노동당총비서의 중국방문과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발표로 한반도 정세는 빠른 변화의 물살을 타고 있다.

먼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최고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키로 한 것은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회복을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 장쩌민(江澤民)주석을 만나는 등 한반도 정세는 최근 급변하고 있다. 또 다음달 열릴 북-미 고위급 회담과 북-일 수교 교섭 본회담도 푸틴의 방북을 재촉한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반도 주변 4강 중 가장 소외돼왔던 러시아의 위상 회복을 위해서도 푸틴의 방북은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러시아는 푸틴의 집권을 계기로 소원했던 북한과의 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소련 붕괴 뒤 한-러 관계가 급진전한 만큼 상대적으로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는 ‘냉각기’였다.

그러나 2월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북한을 방문, 신조약을 체결하고 북한의 2인자인 김영남(金永南)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백남순(白南淳)외상이 4월 러시아를 방문하면서 관계회복의 속도가 빨라졌다. 유리 바닌 동방학연구소 몽골-한국과장은 푸틴 방북을 “러시아의 대(對)한반도 정책이 남북한에 비슷한 비중을 두는 ‘균형외교’로 바뀔 것임을 확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김정일은 푸틴에게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를 설명하고 북-러 관계개선을 위한 협력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푸틴과 김정일의 정상회담에서 관심을 끄는 의제는 역시 ‘북한미사일’ 문제.

미국과 러시아는 4일 모스크바 정상회담에서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를 둘러싼 견해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지만 이때 미국이 푸틴의 방북을 권유했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푸틴 방북을 환영한 것은 푸틴이 김정일을 설득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요미우리신문은 푸틴이 중국도 방문할 방침이어서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높이면서 한미일 3국 공조를 견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푸틴은 8일 장쩌민주석과 전화로 회담하고 7월초 타지키스탄에서 열리는 중앙아시아 3개국+중 러 정상회담에 참석한다. 또 G8정상회담 참석차 일본으로 가는 도중 중국을 방문키로 하는 등 중국과의 전략적 제휴에도 힘을 쏟고 있다.

<도쿄·모스크바〓심규선·김기현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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