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16년만에 여성 부통령후보 나올까?

  • 입력 2000년 6월 4일 19시 39분


올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16년 만에 여성 부통령 후보가 나올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찌감치 공화 민주 양당의 대선후보로 확정된 조지 W 부시 텍사스주지사와 앨 고어 부통령은 과거 어느 후보들보다도 여성을 부통령 후보로 선택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 CNN방송 등 미 언론의 분석.

여기에는 부시와 고어가 내심 바라던 인사들이 일제히 러닝메이트를 거부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만일 여성 러닝메이트가 등장하게 되면 84년 민주당의 제럴딘 페라로 여사 이후 사상 두번째인 셈.

집권 가능성이 높은 공화당의 경우 예비선거에서 중도 사퇴한 엘리자베스 돌 여사가 부통령 후보 1순위.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여성 정치인의 표상으로 불리는 돌 여사는 정치력과 행정력을 두루 겸비한 인물. 공화당 지도부는 노동 장관과 적십자사 총재를 지낸 돌을 부통령 후보로 적극 고려하고 있으나 막상 본인이 고사하고 있다는 것.

중도파로 분류되는 크리스티 휘트먼 뉴저지 주지사도 입에 오르내린다. 그러나 휘트먼은 낙태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어서 종교지도자들과 보수계 인사들로부터 부적합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워싱턴주의 제니퍼 던 하원의원도 하마평에 오른다.

민주당은 다이앤 파인스타인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이 가장 유력한 여성 부통령 후보감. 캘리포니아주는 전국 50개주 가운데 대통령 선거인단이 가장 많은 곳. 파인스타인이 유대계라는 점도 러닝메이트로서의 '몸값'을 높이고 있다. 그렇지만 정작 본인은 상원의원 선거에 재출마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내 떠오르는 여성 정치인 캐슬린 케네디 타운센드도 주목을 받는다. 메릴랜드주 부지사인 타운센드는 정치 명문 케네디가의 유일한 여성 정치인으로 최근 젊은층에 인기가 높다. 루이지애나주의 메리 랜드리우 상원의원도 언론에 의해 자주 회자되는 거물급 인사.

민주당의 선거전략가 셀린다 레이크는 "과거 여성 유권자들은 선거때마다 판세를 좌우하고 있지만 막상 여성 부통령 후보 문제에 관해서는 거의 관심이 없다"면서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소 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타운센드 부지사는 "페라로 여사가 부통령 후보로 나섰을 때만 해도 여성들은 '여성의 선택'에 조심스러워 했다"며 "이제 여성 유권자들은 성숙해졌다"고 평가했다. 일례로 84년 2명에 불과하던 여성 상원의원이 현재는 9명으로 늘어났고 하원의원도 그때에 비해 배나 늘어났다는 것. 일단 여성이 부통령 후보로 나설 경우 엄청난 흡인력을 가질 것이라고 그는 확신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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