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0년 5월 30일 20시 3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불량배 국가는 북한 이란 이라크 등 핵이나 미사일을 개발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우려가 있다고 미국이 지목한 나라들에 붙인 이름. 상당한 수준의 군사적 위협이 되면서도 합리적이지 않아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 불가능한 나라라는 뜻이다. 미국은 20년 전에 독재 국가들을 상대로 이런 표현을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외교 안보 분야의 정부 보고서 등에서 이를 공식적으로 쓰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지는 29일 “클린턴 행정부와 공화당 일부는 불량배 국가들의 위협이 실재한다고 주장하지만 일부 전문가들과 미국 외의 다른 국가들은 이를 의문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북한이 1994년 핵 동결을 약속한 제네바 북-미 합의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한 유럽 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북한을 불합리한 국가라고들 하지만 제네바 합의는 합리적인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러시아의 드미트리 로고진 국가 두마(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은 “나는 미국의 군사력을 높게 보기 때문에 미국이 북한의 군사 위협을 수수방관할 것으로는 생각지 않는다”면서 “미국은 북한을 간단히 분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과 협상한 경험이 있는 한 미국 외교관은 “북한은 하와이를 공격할 경우 북한이 보복으로 초토화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런 행동은 안 할 것”이라며 “북한이 비이성적이므로 NMD를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은 북한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위베르 베드린 외무장관도 “프랑스에는 불량배 국가라는 말이 없다”면서 “불량배 국가 가운데 어떤 나라가 미국을 공격할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NMD계획을 지지하는 미 정책 입안자들은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불량배 국가들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