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보고서]"한국재벌 재무상황 여전히 불투명"

  • 입력 2000년 5월 22일 19시 19분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국 재벌들의 부채비율이 낮아졌다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며 재벌들의 재무상황이 여전히 불투명하고 취약해 은행의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또 투신사의 부실을 투신사의 주주 및 계열사와 은행 등에 떠넘김에 따라 현재 신용등급이 낮은 은행들은 상당한 신용위험을 안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S&P는 21일 ‘책임 전가하기-한국의 투신, 은행, 부채비율이 높은 재벌의 깨지기 쉬운 삼두동맹’이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는 “최근 상위재벌들의 평균 부채비율이 164%에 이른다고 한국정부가 발표했지만 이는 부채를 줄인 것뿐만 아니라 (증자 등을 통해) 자기자본을 늘려서 달성된 것”이라며 “재벌이 자본을 늘린 방식과 국제적인 기준에 비쳐 여전히 부채가 많다는 점이 우려할 만한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또 “시중에서 의심하는 것처럼 계열사와 다른 재벌그룹이 해당 그룹의 증자에 참여했다면 전체 경제시스템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재벌들은 또 은행대출이 어려워지자 지난해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본을 조달했지만 발행된 채권의 상당 부분을 보유한 투신사가 부실해지면서 취약한 은행권에도 부담을 던져주고 있다고 밝혔다.

S&P는 “재벌들이 최근 직접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은행대출에 눈을 돌리고 있으나 은행들이 대출을 해야할지를 놓고 딜레마에 빠져있다”며 “한국의 취약한 금융기관들이 재벌여신을 축소할 때까지는 신용도가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S&P는 또 “현재는 정부에 의해 투신 은행 재벌간의 관계가 안정적인 것으로 비치지만 결국 재벌의 계속된 신용위험과 투신사에 의해 부실이 증폭되면서 한국의 시중은행들의 신용도에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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