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언론 길들이기 나섰나…비판성향 모스트그룹 표적

  • 입력 2000년 5월 12일 20시 26분


러시아의 ‘루퍼트 머독’으로 불리는 언론재벌 블라디미르 구신스키(48)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집권 후 위기를 맞이했다. 11일 그가 이끄는 미디어-모스트 그룹의 모스크바 본사에 무장요원을 앞세운 세무경찰이 들이닥쳤다.

사실 구신스키는 푸틴이 집권 후 가장 먼저 ‘손 볼 사람’으로 꼽혀왔다. 언론을 무기 삼아 러시아 정계를 쥐락펴락해왔기 때문. 대선때 그가 밀었던 유리 루슈코프 모스크바 시장은 일찌감치 대선 출마를 포기해 난처해지고 말았다. 이번 세무조사의 표적은 미디어-모스트의 간판 계열사이자 러시아 3대 전국네트워크의 하나인 최대 민영방송국 NTV. 푸틴이 주도했던 체첸침공을 가장 앞장서 비판했던 NTV를 비롯해 최대일간지 ‘세보드냐’와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러시아어판인 ‘이토기’, 24시간 뉴스전문 라디오방송인 ‘에호 모스크비’ 등 구신스키계의 모든 언론매체가 푸틴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유대계인 구신스키는 40대에 언론 금융 정보통신 쇼비즈니스를 아우르는 모스트그룹을 세우고 황제처럼 군림해왔다. 97년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뽑은 세계 200대 부자에 들었던 구신스키지만 푸틴 정권 아래에서는 힘든 세월을 보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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