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Arts]왜 100년전 프루스트를 다시 읽는가

  • 입력 2000년 4월 16일 19시 29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프랑스의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가 1922년에 세상을 떠난 후, 그에 대해 수많은 책들이 나왔다. 마치 세대가 바뀔 때마다 프루스트에 대한 새로운 의문들이 생겨나는 것 같았다. 최근에도 ‘프루스트를 통해 당신의 인생을 바꾸는 법’ ‘프루스트를 읽으며 보낸 1년’ ‘여성 동성애에 대한 프루스트의 생각’ 등 많은 책들이 출간되었다. 심지어 프랑스에서는 프루스트에 대한 만화책이 출간되어 3개월만에 1만2000부가 팔려나가기도 했다.

프루스트에 대한 방대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씌어진 전기도 두 권이나 출간될 예정이다. 두 권 모두 ‘마르셀 프루스트의 인생’이라는 제목을 갖고 있는데, 각각 앨라배마대 불문학 과교수인 윌리엄 카터와 소르본대 교수인 장 이브 타디에에 의해 씌어졌다.

이중 카터 교수가 쓴 책은 지난달에 이미 예일대 출판부에 의해 출간되었고, 타디에 교수의 책은 8월에 바이킹 출판사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이 두 권은 모두 일찍이 영어로 접할 수 없었던 자료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카터 교수와 타디에 교수는 필립 콜브가 편집한 프루스트의 서간집 22권, 주석이 달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프루스트의 노트 등을 바탕으로 프루스트의 인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카터 교수와 타디에 교수가 쓴 프루스트의 전기는 최근 불고 있는 프루스트 열풍의 일부에 불과하다. 1월 영국에서는 하퍼콜린스 출판사가 프루스트 서간집의 영역본 마지막권을 출간했고, 4월에는 노튼 출판사가 로저 섀턱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대한 마지막 가이드’라는 책을 출간할 예정이다. 또한 프루스트의 편지를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캠퍼스는 프랑스 국립도서관과 함께 프루스트에 대한 학술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프루스트가 이처럼 끊임없는 관심의 대상이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카터 교수는 “우리도 프루스트처럼 세기말을 경험하고 있다”면서 “그는 소설에서 현대적인 발명품들과 대중 교통 수단이 시간과 공간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진지하게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터 교수는 이어 요즘 들어 프루스트에 대한 관심이 특히 강렬해진 것은 “모든 것이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는 인터넷시대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면서 “우리는 눈 깜짝할 사이에 다른 사람들과 통신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시간의 법칙의 지배를 받고 있다. 이런 경험은 짜릿하면서도 불안감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카터 교수는 프루스트의 작품에 나타나는 성적인 주제들도 현대 독자들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프루스트는 인간의 성을 완전하게 탐구한 최초의 소설가였다”면서 “그의 등장인물들은 처음에는 동성애자였다가 이성애자로 변하거나, 아니면 이성애자였다가 동성애자로 변하곤 한다”고 말했다.

카터 교수는 또한 프루스트의 성생활에 대해서도 새로운 사실들을 제시하고 있다. 젊었을 때 프루스트는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 때문에 고민을 했다. 그의 아버지는 그를 ‘정상적인 남자’로 만들기 위해 매음굴에 보냈다. 그러나 프루스트는 너무나 화가 난 나머지 이곳에서 요강을 깨뜨려버렸다.

타디에 교수는 전화인터뷰에서 “프루스트가 유대인, 동성애자, 상류층 출신의 예술가, 환자라는 네 가지 소수그룹에 속해있었다. 그가모습을 나타낼 때마다 사람들은 뒤에서 그에 관해 속삭이곤 했다”면서 “프루스트의 인생을 결정한 것은 바로 고독”이었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books/041300prou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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