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정가 "컴맹 탈출하라" 슈뢰더총리등 각료 구슬땀

  • 입력 2000년 4월 9일 20시 50분


‘컴맹에서 탈출하라.’

독일 정부의 장관 가운데 상당수가 컴퓨터를 다룰 줄 몰라 정부의 정보화 사업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독일 정계에 ‘컴퓨터 비상’이 걸린 것.

독일 주간지 슈피겔 최신호는 “인터넷 천국인 미국은 행정부 내 전자결재가 생활화되는 등 전 세계 정치인이 정보화를 외치고 있지만 독일 정치인들은 컴퓨터에 관한 한 걸음마 단계”라고 비판했다.

일간지 빌트도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집무실에조차 컴퓨터가 없다고 지적하면서 “총리가 컴맹이라는 것을 누가 상상이나 하겠느냐”고 썼다. 이런 보도가 잇따르자 슈뢰더 총리는 인터뷰를 자청해 “컴퓨터를 곧 배우겠다”고 밝힌 뒤 인터넷에 능통한 부인 도리스와 IBM 독일지사장 어윈 슈타우트로부터 직접 개인교습을 받는 등 컴퓨터 공부에 땀을 흘리고 있다.

개발부장관인 하이데마리 비초레크초일도 컴퓨터를 쓰지 않는다. 그는 25년 전부터 써 온올림피아 타자기를 지금도 쓰고 있다. 그의 대변인은 “비초레크초일 장관이 최근 인터넷 공부를 시작했고 컴퓨터도 주문했는데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둘러댔다.

교통부장관 라인하르트 크림트의 경우 열살, 열한살 난 손자에게서 E메일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재무부장관 한스 아이헬도 열다섯살 난 아들이 컴퓨터 선생님이다.

슈피겔지는 이런 현상에 대해 “각료들의 대부분이 컴퓨터를 전혀 경험하지 못한 전후 세대로서 컴퓨터에 대해 그릇된 인식을 갖고 있어 정부의 정보화작업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곤 한다”고 꼬집었다.

반면 집권 연정 파트너인 녹색당은 사민당보다는 사정이 낫다. 환경부장관 위르겐 트리틴은 1980년부터 컴퓨터를 생활화해 주요 현안과 일정을 컴퓨터로 관리하고 있다. 외무장관 요슈카 피셔도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신세대 장관이다. 피셔는 1997년 자신의 저서‘새로운 계약을 위하여’를 컴퓨터로 집필했으며 인터넷으로 읽고 싶은 책을 주문하는 등 ‘컴도사 장관’으로 통한다.

슈뢰더 총리는 IBM과 휴렛 팩커드 독일지사장 등에게 “우리 장관들에게 컴퓨터를 좀 가르쳐 달라”고 요청해 놓고 있다. 다음 주에는 각료 전원을 상대로 ‘인터넷 평가시험’도 있을 예정이어서 베를린 정가는 요즘 밤늦게까지 인터넷 열기가 뜨겁다는 것이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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