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美 다연장로켓 구매 취소 검토"

  • 입력 2000년 4월 2일 21시 07분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를 180㎞에서 300㎞로 늘리기 위한 한미 양국간 미사일 협상을 미국측이 계속 지연시키자 국방부가 미국제 다연장 로켓시스템(MLRS)의 2차 구매사업 취소를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2일 알려졌다.

MLRS 2차사업은 97년 시작해 지난해 사거리 165㎞의 다연장 로켓시스템을 실전배치한 1차 사업(4300억원 규모)에 이어 올해부터 2006년 사이에 사거리 300㎞의 애이태킴스(ATACMS)미사일과 다연장 로켓시스템을 함께 도입하는 내용으로 1조3700억원이 투입된다.

국방부가 MLRS 2차사업의 취소를 검토하게 된 이유는 미국이 미사일협상에서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를 180㎞에서 300㎞로 늘리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하고도 300㎞ 이상 미사일과 민간 로켓의 개발과정을 모두 공개하라고 요구하면서 타결을 늦추기 때문.

미국측은 미사일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애이태킴스 미사일을 구매하기 어려운 점을 이용해 회담을 질질 끌면서 MLRS 발사시스템 탄약 군수지원 등의 가격을 최고 2, 3배까지 올려 부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이달 하순 서울에서 열릴 한미 미사일협상에서도 양국간 쟁점이 완전히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미국이 계속 타결을 지연시킬 경우 MLRS 2차사업을 취소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문일섭(文一燮)획득실장 명의로 미국에 보냈다.국방부는 지난달 25일 조성태(趙成台)장관과 합참의장 및 육해공군 참모총장이 참석한 군무회의에서 이같이 의견을 모으고 합참과 육군에 MLRS 2차사업의 필요성을 전면 재검토하도록 지시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MLRS 2차사업의 핵심은 사거리 300㎞의 미사일 획득인데 미국이 미사일협상을 질질 끌면서 턱없이 비싼 가격을 요구하는 등 횡포를 부려 사업을 재검토하게 됐다”고 말했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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