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5월 개각 소폭 그칠 듯…'혁명적 변화'할 이유 없다

  • 입력 2000년 3월 30일 19시 44분


블라디미르 푸틴의 새 러시아 정부는 어떤 얼굴을 갖게 될 것인가.

러시아 정치분석가들은 푸틴 대통령당선자가 5월 취임과 함께 구성할 첫 정부는 대체로 현 골격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들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말 대통령대행이 되면서 사실상 대권을 쥐었던 푸틴이 ‘혁명적 변화’를 할 이유가 없다는 것.

현재 유임이 확정된 각료는 28일 푸틴과 면담한 이고르 세르게예프 국방장관이 유일하다. 세르게예프는 옐친의 측근이면서 군부내에서 인기가 없는 인물. 이 때문에 5월 내각은 한시적 성격을 띨 것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체첸사태와 유가하락, 국제통화기금(IMF) 차관 지연 등으로 정국이 불안해지면 언제든지 희생양으로 삼을 수 있는 임시내각을 구성한 뒤 가을쯤 개각한다는 관측이다. 세르게예프의 유임으로 체첸전이 끝날 때까지 관련부처인 블라디미르 루샤일로 내무장관과 니콜라이 파투루세프 연방보안부장도 유임으로 기울고 있다.

미하일 카시야노프 제1부총리의 중용설도 새정부의 성격을 가늠하게 하는 대목. 서방과의 협상을 도맡아왔던 카시야노프는 앞으로도 경제문제를 책임지게 한다는 명분으로 총리후보 1순위에 오른 인물. 그러나 그는 대표적인 올리가르흐(과두재벌)인 로만 아브라모비치 사람으로 분류되고 있어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 또 다른 올리가르흐인 보리스 베레조프스키계열의 알렉산드르 볼로신 대통령행정실장까지 유임되면 새 정부는 과거와 차별성이 없어진다.

인테르팍스통신은 28일 크렘린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새 내각은 일부 각료의 교체나 자리바꿈, 승진에 그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푸틴의 첫 조각은 과거 단절보다는 기득권층과의 타협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