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키프로스 화해]希系-터키系 골수기증운동

  • 입력 2000년 3월 28일 19시 40분


지중해의 섬나라 키프로스의 그리스계와 터키계 주민은 남북으로 갈려 내전까지 치렀던수십년간의 앙숙. 그런 그들이 백혈병으로 꺼져가는 한 소년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그동안의 앙금을 씻어낸 골수기증운동을 펼치고 있어 두 민족간에 화해의 물결이 일고 있다.

27일 남북 분단선의 유엔본부에는 남키프로스의 그리스계 소년인 안드레아스 바실리우(6)에게 골수를 기증하기 위해 몰려온 북키프로스 터키계 주민 500여명으로 크게 붐볐다. 이들은 소년의 백혈병 치료를 위해 앞다투어 팔을 내밀고 혈액을 채취했다고 AP통신이 28일 전했다.

당장 골수이식수술을 받지 못하면 한달을 못 넘길 안드레아스의 안타까운 사연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은 19일. 이후 열흘도 안돼 2만4000명이 골수기증 의사를 밝혔다. 북키프로스 지도자인 라우프 덴크타슈의 아들까지 동참했다. 안드레아스의 아버지는 “그렇게 오랫동안 우리와 싸웠던 사람들이 내 아들을 살리려고 이렇게 왔다는 걸 믿을 수 없다”며 눈물을 글썽였다.그는 또 터키계 주민들의 호의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겠다며 역시 백혈병을 앓고 있는 터키계 소년 케말(12)을 위해 자신도 골수를 기증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케말의 가족도 안드레아스를 위해 골수기증의사를 밝혔다.마침내 정부도 남키프로스의 골수기증자 명단을 북키프로스에 제공해 터키계 주민이 쉽게 골수이식을 받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다.이같은 ‘골수외교’는 두 민족간의 26년에 걸친 갈등을 종식시킬 계기가 될 전망이다. 당장 5월말 미국에서는 남북 키프로스 지도자 회담이 열린다.1960년 영국에서 독립한 키프로스는 내전 끝에 1974년 터키의 지원을 받은 터키계가 북부를 장악해 독립을 선포함으로써 분단국이 됐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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