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종교계 '화합의 봄']교황 이-팔 종교화해 순례

  • 입력 2000년 3월 13일 19시 25분


로마 가톨릭교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21일부터 엿새에 걸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방문한다.

요한 바오로 2세는 베들레헴과 나자렛 마을, 예루살렘과 갈릴리 호수를 찾는다. 2000년을 맞아 예수의 발자취 순례에 나선 교황은 지난달 24일 이집트에 있는 시나이산을 방문한 바 있다. 교황은 일련의 순례를 통해 이슬람교 유대교 등 오랜 기간 기독교계와 갈등해온 타종교와의 화해를 꾀하고 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12일 현지발 기사를 통해 “예수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역사 때문에 유대인은 기독도계의 탄압을 받아 십자가만 봐도 공포를 느껴야 했다”면서 “그같은 유대인의 나라를 교황이 방문하는 것은 피눈물이 밴 역사의 지뢰밭을 걸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공식으로는 처음인 교황의 이번 방문을 10억 가톨릭교도와 1300만 유대교도가 화해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들여 환영준비를 하고 있다. 1964년 교황 바오로 6세가 성지 방문차 이스라엘을 잠시 들른 적은 있지만 공식 방문은 아니었다. 당시 바오로 6세는 ‘이스라엘’이란 말을 한번도 입 밖에 내지 않았을 만큼 양 종교간의 갈등은 깊다. 1904년 피오 10세는 예수를 부정하는 유대교는 인정할 수 없다고 교시한 바 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86년 교황으로서는 최초로 로마에 있는 유대인 공회소(시나고그)를 방문했으며 93년 이스라엘과 최초로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이번 방문 기간 교황은 제2차세계대전 중 유대인대학살에 대해 침묵을 지켰던 가톨릭교계의 잘못에 대해 참회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스라엘인들은 “요한 바오로 2세가 20년 동안 유대인들에게 한 것은 가톨릭교회가 지난 2000년간 못했던 일들”이라며 방문을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강경파는 1일 공개된 바티칸의 과거 참회에 대해 “진정한 사과는 아니었다”면서 교황을 ‘사악한 자’ 또는 ‘우상숭배자’로 깎아내리는 낙서를 하거나 포스터를 내걸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방문 취소를 요구하는 청원운동을 전개해 2000여명의 서명을 받아내 이스라엘 정부가 긴장하고 있다.

일부 유대인들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폴란드 한 교구의 사제로 있던 시절 유대인 대학살에 대해 침묵했던 점을 거론하며 그를 비난하고 있다. 지난달 바티칸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국가수반과 협정을 맺고 독립국가 수립을 지지한 대목에 대해서도 일부 유대교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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