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총선 右派 국민당 재집권… 24년만에 첫 과반수 확보

  • 입력 2000년 3월 13일 19시 25분


12일 실시된 스페인 총선에서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총리(47)가 이끄는 중도우파 집권 국민당(PPP)이 하원 350석중 과반수인 183석을 차지, 재집권에 성공했다. 우파 프랑코 총통의 독재에 대한 거부감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스페인에서 1976년 민주화 이후 우파정당이 독자적으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것은 처음이다.

국민당은 지지율에서도 44%를 얻어 중도좌파 사회노동당(PSOE)을 눌렀다. 1996년 선거에서 14년만에 국민당에 정권을 내준 사회노동당은 재기를 노렸으나 34%를 얻는데 그쳐 의석수가 141석에서 125석으로 줄었다.

국민당의 승리는 집권 후 연평균 4%의 고속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실업률을 23%에서 15%로 감소시키는 등 경제를 살린데 따른 것이다.

물론 아스나르 총리의 지도력도 국민당의 재집권에 크게 기여했다. 세무변호사 출신인 아스나르는 카리스마가 부족하고 어눌한 편이지만 냉정하면서도 현실적인 감각으로 국정을 이끌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집권 후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일부 부유층만을 위한다는 비난을 무릅쓰고 공기업의 민영화를 단행했다. 또 바스크 분리주의자들이 올해 1월 테러를 재개하자 곧장 마드리드 시내에서 100만여명이 참여한 평화시위를 조직해 맞서는 등 단호하고 과감한 면모를 보였다. 아스나르 총리는 각료들에게 “국민을 대할 때는 마음보다 머리에 호소하라” “말보다는 행동을 우선하라”고 독려하고 있다.

한편 후아킨 알무니아 사회노동당 당수는 13일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당수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권기태기자·파리=김세원특파원> 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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