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공산당' 방향잃고 표류…지지계층 이탈조짐

  • 입력 2000년 3월 8일 19시 14분


사회주의 국가 붕괴 이후에도 ‘세계 공산주의의 맏형’을 자처해온 러시아공산당(KPRF)이 표류하고 있다.

프랑스공산당은 23∼26일로 예정된 당 대회에 러시아 대표단을 초청하지 않겠다고 최근 밝혔다. 러시아공산당이 체첸전을 강행한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에 협력하는 등 스탈린식 패권주의로 복귀하려는 움직임을 방관하고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

26일 러시아 대선 역시 러시아공산당에 정체성 상실의 위기를 안겨주고 있다.

96년 대선에서 보리스 옐친 전대통령과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던 겐나디 주가노프당수의 지지도는 현재 20%에도 못미친다. 푸틴(60%)의 적수가 되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총선 이후 푸틴과 밀월관계를 유지해온 공산당은 선거운동도 소극적이다. 푸틴의 들러리라는 비판도 있다.

공산당은 총선에서 제1당 자리는 지켰으나 농민당 등 좌파 동맹세력이 몰락하자 재빨리 푸틴과 손을 잡았다. 소수파로 전락하지 않으려는 고육책이었다.

주가노프 등 주류 온건파는 도시 중산층과 서방을 안심시키기 위해 재국유화 반대, 외자적극 유치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애당초 당의 노선에 적대적인 계층의 불신감도 해소하지 못한 채 농민 노동자 등 전통적인 지지계층만 잃고 말았다. 이러다가 푸틴에게 실컷 이용만 당하고 버림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극좌파부터 사회주의자까지 뒤섞인 당내 구도 때문에 잡음도 많다. 아만 툴레예프 케메로보주지사는 독자후보로 대선에 나섰고 급진파의 빅토르 일류힌 하원 안보위원장도 탈당했다. 따라서 대선 후에도 러시아공산당은 선거패배책임과 노선문제로 내분을 겪을 것으로 분석된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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