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에 "닷컴세계에 대응 미숙 日정부가 일본인의 적"

  • 입력 2000년 3월 5일 21시 15분


지난해 한국 경제를 신랄하게 비판했던 일본의 경제평론가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가 이번엔 일본 정부를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

그는 6일 발매되는 저서 ‘닷컴충격-신구(新舊)교대의 경제학’(쇼갓칸·小學館 출간)에서 “일본은 개화기보다 더 충격적인 ‘닷컴의 세계’를 맞았으며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일본 정부야말로 일본인의 적”이라고 일갈했다. 다음은 비판 요지.

미국에서 시작된 ‘닷컴의 충격’이 일본을 덮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새로운 세계를 준비하기보다는 죽어 가는 산업을 연명시키려 애쓰고 있다. 정부는 금융기관 구제에 70조엔을, 농업 부문에 50조엔을 쏟아부었다. 도저히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부문에 연간 국가 예산보다 많은 돈을 썼다. 반면 사이버혁명에 쓴 돈은 지난해 1조엔이 안되고 올해 예산도 비슷하다.

앞으로 세계 경제의 키워드는 ‘사이버’와 ‘바이오’다. 뭐든지 다 취급하는 일본의 종합상사는 역할이 끝났다. 좁고 깊게 파고들어 한 품목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시대다.

인도의 하이테크산업 발전은 사이버시대를 사는 국가의 생존방식을 보여준다. 인도의 사이버시티는 원래 군수산업의 거점이었지만 냉전 후 민간 첨단 산업단지로 변모했다. 인도 최대의 외화 수입원은 해외 노동자의 송금이지만 두 번째 수입원은 소프트웨어 수출이다.

정부의 역할은 강한 산업에 힘을 실어 줘 더욱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오히려 반대다. 일본인의 적은 일본 정부인 것이다.

요즘 일본 산업의 경쟁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 30년에 걸친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다. 정부는 일본 산업이 강해질 때마다 미국과의 무역 마찰에서 대폭 양보해왔다. 섬유 철강 자동차 반도체 가전 모두 마찬가지다. 일본 산업을 약하게 만든 주모자는 미국이지만 직접 실천한 실행범은 일본 정부다.

정부는 또 각종 규제로 산업 경쟁력을 저해하고 있다. 돈이란 것은 겁이 많아서 규제가 있는 나라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세계적인 거대 기업 NTT가 다른 나라 통신회사보다 뒤지고 있는 것은 바로 정부의 규제 때문이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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