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어디까지]이스라엘 가수 에이즈死因 보도 논란

  • 입력 2000년 3월 1일 19시 31분


“독자의 알 권리와 에이즈에 대한 시각을 바꾸기 위해 보도는 필요하다.”

“사생활 보호가 최우선이다.”

지난달 23일 숨진 이스라엘의 국민가수 오프라 하자(41·여)가 에이즈 환자였다는 보도 때문에 이스라엘 전역이 표현의 자유 논쟁에 휩싸였다. 이스라엘 언론은 하자가 에이즈로 숨진 것을 알고 있었으나 그녀가 사인을 공개하지 말아 달라는 유언을 남겼기 때문에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처음에는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고 미국 뉴욕타임스지가 지난달 29일 전했다.

그런데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가 언론계의 암묵적 합의를 깨고 하자가 에이즈 환자였다는 사실을 보도해 논쟁이 촉발된 것. 하레츠는 지난달 29일 사설을 통해 “공인이었던 하자의 사인에 대한 독자의 알 권리를 위해, 에이즈를 수많은 질병 가운데 하나라는 관점에서 다루기 위해 하자가 에이즈로 죽었다고 보도했다”고 해명했다. 예멘 출신으로 빈민촌에서 자란 하자는 아프리카의 토속 리듬을 곁들인 테크노 음악을 선보여 이스라엘에서 인기를 누렸다.

이스라엘 보건부는 사생활 보호론을 지지했으며 많은 팬들도 언론사에 항의하는 등 하자 편을 들었다.

그러나 카플란병원 에이즈센터의 즈비 벤트위치 소장은 “이번 보도를 계기로 에이즈 감염 자체를 악마시하는 시각을 바꾸어야 한다”며 신문 편을 들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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