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방문 조스팽 佛총리 헤즈볼라 비난 '돌멩이 세례'

  • 입력 2000년 2월 27일 19시 21분


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총리가 레바논의 반(反)이스라엘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비난했다가 돌멩이 세례를 받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방문에 나선 조스팽 총리는 26일 요르단강 서안의 비르제이트 대학에서 강연을 마친 뒤 걸어나오다 이틀전 그의 헤즈볼라 비난 발언에 격분한 팔레스타인 학생들로부터 돌멩이 세례를 받는 봉변을 당했다. 조스팽은 돌에 맞아 뒤통수에 멍이 들었고 그의 승용차도 부서졌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조스팽은 팔레스타인 난민 캠프를 방문하려던 일정을 취소하고 서둘러 귀국했다.

이에 앞서 조스팽은 24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프랑스는 헤즈볼라의 테러리스트 같은 공격을 규탄하며 이스라엘군과 시민에 가해질 수 있는 어떤 공격에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즉각 중동 국가들의 반발을 초래했다. 레바논과 시리아는 25일 자국 주재 프랑스 대사를 각각 총리실과 외무부로 소환해 양국이 지원하고 있는 헤즈볼라를 조스팽이 ‘테러리스트’로 규정한데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살림 알 호스 레바논 총리는 나치에 저항했던 프랑스의 레지스탕스와 헤즈볼라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느냐고 항의했다.

프랑스 국내에서도 비난이 터져나왔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조스팽이 귀국한 직후 전화를 걸어 그의 발언은 중동에서 균형외교를 추구하던 프랑스의 입장을 저해하는 것이라며 외교에 간여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시라크는 조스팽에게 자세한 보고서를 제출하라며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조스팽은 파문이 확산되자 26일 “중동의 긴장감 완화를 위해 전쟁이 유익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 뿐”이라며 “우리는 항상 이스라엘의 레바논 남부 점령을 비난해 왔으며 그들이 철수하기를 바란다”고 해명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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